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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만은 가야할 길이다

691호 · 2013-05-24

중국 영공 통과 승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비엔나(Vienna) 행 여객기는 이륙이 마냥 지연되고 있었다.

기내에 앉아 기다리기를 약 40분, 정시보다 40분 정도 지연 이륙한 여객기는 약 11시간의 비행 끝에 오스트리아(Austria) 비엔나 공항에 착륙하였다.

입국 절차는 매우 간단하였다. 그 흔한 입국서류조차 없었다. 입국장에는 한국에 왔던 얀(Jan) 목사와 미리 도착해있던 우크라이나(Ukraine)의 슬라바(Slava) 목사 등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엔나에서 첫 세미나가 열리는 체코(Czech) 제2의 도시 브르노(Brno)까지는 약 2시간 반 걸린다고 한다. 얀 목사는 비엔나 공항 주변의 호텔비가 200유로가 넘을 정도로 매우 비싸니 브라티슬라바(Bratislava)로 갈 것을 제안했다. 슬로바키아(Slovakia)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비엔나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었다.

예전 공산주의 시절 같으면 국경지역에 삼엄한 경비가 있었을 테지만, 오늘날 유로(Euro) 국가들 사이에 국경통과란 아무 의미가 없다. 하다못해 통행료 창구조차 없다. 단지 이정표만이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바키아로 들어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산시절에 건축된 동유럽의 호텔들은 동일하다. 숙박비가 저렴한 대신 마치 기숙사 같은 느낌이 든다. 침대도 사이즈가 매우 작다. 부대시설도 매우 단출하다. 그러나 1박하고 떠나는 숙소로 이만한 것도 없다. 목사님은 얀 목사의 선택이 매우 지혜로웠다고 말씀하셨다. 브라티슬라바의 호텔은 가격이 60유로 정도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경제원리 아닌가!

이튿날 아침, 새벽 6시에 식당에 모였다.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2시니 늦은 점심식사 시간인 셈이었다. 겨우 일어나 자리에 합류한 얀 목사에게 목사님은 체코 및 슬로바키아 방문의 소감을 피력하셨다.

“나는 이곳에 오면서 기도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많고 적고를 떠나 이번 목회자 세미나를 통하여 체코와 슬로바키아 뿐 아니라 주변의 오스트리아, 폴란드(Poland), 루마니아(Romania) 등 구 공산권 국가들로 복음이 전파되기를 기대합니다. 얀 목사는 이번 일에 성냥불 역할을 한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성냥불 하나가 건물 전체를 태우듯이, 비록 오늘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슬라바 목사와 내가 꿈꾸는 구소련 및 동구권 복음화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확신합니다. 이 일은 해야만 합니다.

이 길은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비록 내 몸이 부서지고 고통스러워도 이 일만은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명이며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하나님은 늘 더 좋은 길로 인도하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에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데 무얼 걱정합니까?”

얀 목사로서는 물질로 돕겠다던 요셉(Josef) 목사가 연락이 두절되고, 당장 호텔 회의실 임대료를 비롯한 비용문제로 고민이 많은 차였다. 사실 처음 가는 지역인 만큼 미리 예상한 바였다. 목사님은 늘 말씀하신다.

“주면 먹고, 안 주면 우리가 내면 된다. 어찌 됐든 우리는 복음만 전하면 되는 것이다. 그들은 복음의 통로가 되어준 것이니 그것만으로 넘치도록 감사한 일이다.”

우리가 주며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런 때처럼 한국의 성도들이 감사할 때가 없다. 아낌없이 선교를 위해 물질을 아끼지 않으며 기도로 후원해주는 우리 성도들이 있기에 어느 곳에서나 당당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의 달려 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행20:24)

유럽 지역에서 저녁 집회를 하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저녁 7, 8시에 시작되는 집회는 시차로 따지면 한국 시간으로 새벽 2, 3시다. 한참 자고 있어야할 시간인 것이다.

남미 지역은 밤낮이 뒤바뀌기 때문에 차라리 낮에 잠깐 눈을 붙이고 저녁 집회에 임할 수 있지만, 이 지역은 정말 신체리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집회를 마치고 식사까지 하고 나면 보통 한국 시간으로 새벽 5, 6시가 된다.

식사로 인해 바로 잠들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밤을 꼴딱 새우는 격이다. 이런 일을 며칠 하고 나면 장사라도 나가떨어질 일이다. 더구나 집회 내내 외치시는 목사님으로서는 정말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목사님은 혼신을 다해 세미나에 임하셨다.

러시아어, 체코어, 이렇게 3자 통역으로 진행되었다. 3자 통역은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설교의 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초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거기다 통역이 리듬을 타지 못하면 설교자는 몇 배 더 힘든 상황이 된다. 슬라바 목사야 이미 목사님 설교에 젖어있는 사람이고,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얀 목사는 첫 출전이다. 매끄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설교가 전달되어 성도들이 은혜를 받고 성령이 역사하는 집회만 되면 그 모든 고통과 어려움은 마치 해산한 여인이 고통을 잊듯 다 사라진다고 목사님은 말씀하신다. 첫날 세미나가 그러했다. 마치 엉킨 실타래를 풀 듯 하나하나 풀어나간 설교 후, 통성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앞에 있던 흑인 목사 머리에 손을 대는 순간,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고목처럼 쓰러지는 것이었다.

잠비아(Zambia)에서 왔다는 마태(Matthew) 목사였는데, 나중에 그의 간증에 따르면 목사님의 손이 머리에 닿는 순간 불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한 여인이 온 몸을 뒤틀고 소리를 질러대며 요동하였다. 제대로 잡아주는 봉사요원도 없는 터라 목사님은 안수하시며 그 덩치 큰 백인들을 잡으랴 힘드셨지만, 너무나 기뻤다고 세미나 후에 말씀하셨다.

“성령께서 역사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하냐? 그럴 땐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른다.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도 회중들의 냉랭한 반응이 돌아올 때처럼 힘든 게 없다. 오늘 그 여인이 귀신이 드러나 요동할 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첫 방문지 체코에서 하나님께서는 성령으로 강하게 역사하고 계셨다. 마태 목사가 말한 그 뜨거운 성령의 불이 이제 체코, 슬로바키아 뿐 아니라 동유럽 전체를 태울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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