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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통을 발로 차지 마라

847호 · 2016-05-20

한동안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렸었다. 처음에는 불편하기만 하고 교회를 향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습관이 버릇이 된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교회를 오고가는 왕복 두어 시간이 절약되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몸이 곤할 때면 당연히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려도 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건강을 회복한 후에는 교회를 가는 것이 번폐스러운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다. 감히 이런 모습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거의 이십년 전, 처음으로 올림픽공원에서 목사님을 통해서 예수님을 영접한 이후, 인생의 절반을 주님의 인도하심과 목사님의 설교말씀으로 새롭게 빚어진 “나”에게 주일마다 교회를 나가는 것은 신앙생활을 넘어, 인생 전부였다. 눈물의 기도와 사랑과 열정으로 양육해주시는 당신이 계셨음에 아장걸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는데 그 달콤했던 시간들을 잊어버리고 건강을 이유로 또,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달콤한 나의 꿀통을 발로 툭툭 차며 밀어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랑의 하나님은 나를 실명의 위기에서 건강한 눈을 다시 찾게 해주셨고, 욥과 같은 고난의 시간 속에서 굳건히 일어 날 수 있게 하셨고, 사랑하는 자녀에게 인생의 지표를 허락하셨고, 망해가는 사업을 다시 일으켜 주셨다. 그 모든 행사는 두 손 들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주님과 목사님 덕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태해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의 나약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번 춘계산상집회는 꼭 가서 첫사랑을 회복하고 성령의 충만함을 받으리라고 매일 기도했지만, 막상 집회일이 가까워오자 학생들의 시험 일정이 겹쳐져서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이 연출 되어버렸다. 예전 같았다면 늦은 밤에라도 단숨에 달려가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으로 위로를 받았을 텐데 건강과 체력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고 말았다.

가끔 우리는 어리석게도 이 땅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과 건강과 부요가 그저 생기는 것인 줄 안다. 꿀처럼 달콤한 인생을 살게 해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만, 익숙한 달콤함에 무뎌져 로뎀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엘리야처럼 숨을 죽이고 있다.

인생의 가장 달콤하고 맛난 꿀맛을 보고서도 인간의 미련함과 게으름 때문에 주일이면 건강을 핑계 삼고 먼 거리를 핑계 삼아 인생의 소중한 꿀통을 발로 차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 처음 주님을 만난 그 시절의 첫사랑을 다시 회복 시켜 달라고 애통하고 매달리지만, 일어서서 나가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다시 주님 안으로, 교회 안으로 돌아가서 한동안 걷어차고 밀어냈던 꿀통을 새롭게 정비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함께하길 기도해본다.

오자유

lovelyact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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