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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호 목차 › 옹달샘

보리밟기를 아십니까?

233호 · 2004-08-11

찜통더위가 연일 계속되다보니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다. 그래서 주말에 도시외곽으로 가족들과 저녁나들이를 했다. 신선한 먹거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다니던 우리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쌈밥집에 들어섰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흙길을 따라 한참 들어간 그 곳은 숲이 우거져 더위를 잊게 했고, 운치가 있어 좋았다. 다양한 야채와 된장찌개, 그리고 꽁보리밥이 주요리였다. 꽁보리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보릿고개 이야기며, 보리밟기 이야기며….

보리밟기를 아는가? 보리밟기란 농부가 가을부터 겨울 동안 밭에서 생육하고 있는 보리를 발로 밟아주는 것을 말한다. 처음 나오는 약한 싹을 밟아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그 후 다시 싹이 나면 전보다 더 강한 줄기로 자라게 되어 400알 이상이 열리는 튼실한 보리가 되는 것이다. 처음 싹을 그대로 두면 80내지 90개 정도의 알갱이만 열리는데 이렇게 보리밟기를 해주면 400알 정도가 영근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보리밟기 시절을 맞고 있는지 모른다. 시련과 고통으로 가득한 시기 말이다. 꺾이고, 짓이겨져 모든 것이 끝장난 것 같아 긴 한숨과 원망의 마음으로 힘든 세월을 지내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당신이 보리밟기에 관한 비밀을 알기 원한다. 보리밟기는 보리를 밟아 죽이는 작업이 아니다. 농부가 보리를 밟을 때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았는가? 농부의 흥얼거리는 소리는 절대 슬픈 가락이 아니다. 희망가(希望哥)다. 내일 더 많은 것을 수확할 수 있다는 기쁨의 노래다.

하나님도 농부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를 보리밟기 하시는 이유는 미워서가 아니라 ‘이 시련을 이겨 더 많은 열매를 맺어라.’, ‘더 큰 자가 되라.’는 뜻이리라.

시련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련의 이겨낸 결과는 큰 것이며, 고난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난을 통과한 결과는 아름다운 것이다. 보리밟기가 꼭 필요한 것이듯 우리에게 시련과 고난은 하나의 과정이며, 축복의 통로다. 내게 찾아온 보리밟기시기에 감사하자. 이 과정이 지나면 이전 보다 갑절의 축복이 찾아올 것이고, 더 많은 열매가 맺히게 될 것이니….

오늘 저녁 꽁보리밥 드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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