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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호 목차 ›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입에 달다고 몸에 다 이로울까!

213호 · 2004-03-26

조선 중종 때 도학 정치로 이름을 높이던 정치·사상가가 있으니 바로 조광조(趙光祖)라 하는 자다. 그는 자질이 출중하여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김종직의 학통을 이은 김굉필의 문하 가운데서도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매양 겸손한 가운데 심지가 올곧아 불의와 타협치 아니하고 그릇된 일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한다.

어느 날이었다. 스승 김굉필이 자기 어머니에게 보낼 요량으로 준비해둔 꿩 한 마리를 그만 염치없는 도둑고양이 녀석이 꿀꺽 잡아먹어 버린 일이 발생했다. 평소 부모를 봉양함이 극진했던 김굉필이었던지라 상심 또한 무척이나 컸다. 이에 ‘조심스레 간수하라’며 신신당부했던 어린 계집종을 불러 그 부주의함을 심하게 나무랐다. 그러자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조광조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스승님, 부모님을 봉양하는 마음은 간절하시나 군자의 말에 또한 기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좁은 소견에 문득 의문이 들어 감히 여쭙습니다.”

순간, 김굉필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자신의 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오늘 이렇게 나의 부족함을 지적해주니 새삼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럽게 여겨지는구나. 그러하니 네가 바로 나의 스승이 아니겠는가! 고맙네.”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편(正己篇)에 일렀으되 ‘道吾善者(도오선자)는 是吾賊(시오적)이오 道吾惡者(도오악자)는 是吾師(시오사)니라.’고 했다. 곧 ‘나의 착한 점을 말하여 주는 사람은 곧 내게 해로운 사람이요, 나의 악한 점을 지적해 주는 사람이 곧 나의 스승이다.’라고 하는 의미다. 장점을 칭찬해 주는 사람이라고 다 나쁜 사람이겠는가. 이것은 충고와 권면을 멀리하지 말 것을 경계하는 말이 아닐까?

입에 달다고 몸에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비위나 맞춰주길 원하는 위정자 주위엔 간신배들이 넘쳐 날 뿐이요, 듣기 좋은 말만 구하는 이에게 진실된 친구를 찾기란 힘듦이 이에 해당한다.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도 나의 부족함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곧 나의 참 친구요, 참된 인생의 스승이다.

‘지혜 있는 자에게 교훈을 더하라 그가 더욱 지혜로와질 것이요, 의로운 사람을 가르치라 그의 학식이 더하리라. (잠언 9장 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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