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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

212호 · 2004-03-17

아이들이 동네가 떠나가라고 놀고 있다. 승패를 겨루는지, 편을 가르는지 연신 가위, 바위, 보를 해댄다. 한쪽이 함성을 지르는 것이 아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듯 보인다.

가위, 바위, 보!

동서고금 어디를 가나 승패를 가르는 가장 단순한 게임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가위는 보를 이기고, 바위는 가위를 이기고, 보는 바위를 이기는 단순한 원리다.

그런데 실로 단순한 이 게임 속에 진리가 숨어 있다.

절대적 우월은 없다는 것이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것, 그것이 내가 발견한 진리이다. 더러 절대적 우월감에 젖어 사는 자들이 있다. 천하에 제일 힘이 센 바위라고 자신감으로 뭉쳐 위세를 떠는 자가 있다. 그러나 그 사람도 보자기를 만나면 영락없이 그 안에 싸일 수밖에 없다. 또 모든 것을 다 쌀 수 있는 보자기라고 바람을 휙휙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보자기쯤 우습게 잘라낼 수 있는 가위가 세상에 존재함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 가위에게는 맞수가 없겠는가? 가위 같은 자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고로 세상은 늘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늘 숨 죽여 살 필요도 없고, 늘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보자기에 싸일까 두려워 바위의 존재에 회의를 가질 필요가 없다. 가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가위가 무서워 보자기인 자신을 하찮게 여길 필요도 없다. 바위 같은 자를 쌀 여력이 너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위가 무서운 가위 같은 자여, 도망치지 마라. 세상에는 보자기 같은 자들도 살고 있다. 고로 열등감에 젖어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고는 이긴 것과 진 것에 관계없이 큰 소리로 떠들고 노는 것처럼 자신감 있게 살아라.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말을 마음 판에 두고 눈만 내려 깔지 말아라.

세상이 많이 힘들다. 있는 사람은 하늘이 낮다고 하며 기고만장하고, 없는 사람은 땅이 꺼져라 기어들어가 의기소침하다. 그러나 언제나 보자기만 내라는 법 없고, 언제나 가위만, 언제나 바위만 내라는 법 없다. 판세는 언제나 역전될 수 있다. 기운을 내고 일어나라. 그러나 자중하라. 가위, 바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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