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품으로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을 포함한 모든 친척 가운데 유일하게 예수를 믿고 계셨던 작은 어머니는 어떻게든 어린 우리들을 교회로 끌고 가셨다. 워낙 성격도 강하시고 엄격한 신앙을 갖고 계신 터라 우리는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방학이면 찾게 되는 작은 집에서 어쩔 수 없이 교회로 가야했다. 그러니 하나님이고 예수님이고 다 귀찮기만 했다. 뭘 그리 하지 말아야하는 것도 많은지, 이 자유로운 세상에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저 피하고만 싶었다.
그런데 얄궂게도 고등학교 때 새로 들어온 형수에게 또 다시 이끌려 교회를 가야했다. 그러니 교회 가서 하는 일이란 그저 꾸벅꾸벅 조는 일이 다였다.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면 졸기 시작하여 축도할 즈음에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런데 그 잠이 어찌나 개운한지 일주일의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참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군대를 제대하면서 하나님을 만났다. 그렇게 귀찮고 성가시기만 했던 하나님, 내 삶을 억압하고 간섭하는 하나님이었건만, 내가 새로이 체험한 그분은 더 이상 내 삶의 훼방자가 아니었다. 갑자기 그분을 더 알고 싶어졌고, 철야예배가 있는 금요일이나 주일이 되면 교회로 달려갈 마음에 설레곤 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렇다. 나에게 성령이 오신 것이다. 나의 전 삶을 송두리째 뒤엎어버린 성령께서 내 가슴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그 이전에는 꼭 군가나 북한 노래 같았던 찬송들이 그렇게 은혜로울 수 없어 눈물을 흘리곤 했다. 어디 은혜 받을 자리가 없나 하여 성령으로 충만한 예배라면 거리불문하고 찾아다녔다. 내 인생의 향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변화를 절감한 것은 그토록 귀찮기만 했던 하나님이 이제는 내가 목청껏 외쳐 부를 수 있는 내 아버지요, 그 하나님의 품에서 내가 앞뒤 가릴 것 없이 마음껏 울게 되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남자가 이 땅에 살면서 천연덕스럽게 엉엉 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일도 별로 없을뿐더러, 눈물을 흘리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하나님이 내 아버지가 되고 나니 언제든지 그 품에 온몸을 내맡기고 내 삶의 문제들을 시시콜콜히 아뢰며 울 수 있게 되었다. 교회에 모여 통성으로 기도할 때나, 은밀히 골방에서 홀로 기도할 때나 세파에 시달리며 이런 저런 문제로 고통스러울 때, 목 놓아 아버지를 부르며 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정말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그 만족감을 설명할 수 없다. 다른 그 무엇이 어떠하다 해도 그저 그 품에서 마음껏 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너무나 행복하다.
나의 결점뿐만 아니라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찰하시고, 나의 모든 형편과 처지, 나의 모든 죄까지도 알고 계시지만, 언제나 넉넉한 사랑으로 참고 인내해주시는 그 넉넉한 품에 언제나 거할 수 있으니 오직 감사뿐이다. 오늘 그 품에 내 온몸을 맡긴 채 실컷 울고 싶다. 내 아버지의 품에서….
Henr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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