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닙니다
한 때는 아름다운 집이 저의 가장 큰 자랑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꾸민 아름다운 우리 집…. 잡지에 여러 번 나왔다고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우리 집. 행여나 때가 탈까, 혹여나 먼지 탈까, 닦고 쓸고 했던 우리 집…. 하지만 남편이 아프고 보니 제가 있을 곳은 궁궐 같던 우리 집이 아니라 몇 평 안 되는 비좁은 병실이더군요. 피곤한 내 한 몸 누일 곳은 푹신하고 안락한 라텍스 침대가 아니라 딱딱하고 좁은 보조 침상이더군요. 내 꺼라 믿었던, 남편과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자랑스럽던 내 집도 알고 보니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만 봐도 뿌듯했던 참으로 고운 접시들, 참으로 이쁜 그릇들…. 못 말리던 내 그릇 사랑…. 그 수많은 이쁜 그릇들도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아무 소용이 없더이다! 제가 황량한 병실에서 쓸 수 있는 건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접시와 종이컵뿐이더군요.
15자 붙박이장에 가득한 수많은 옷들과 제가 사랑해마지않던 명품 백들…. 이 또한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편한 추리닝과 레깅스면 족하더이다.
어디 그 뿐인가요? 이십년 넘게 나의 자랑이었던, 나를 빛나게 해준다고, 나를 완전케 해준다고 믿었던 내 남편도 제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 또한 내 것이 아니라고.
이젠 압니다. 내 분신…, 내 생명…, 내 사랑하는 아이들조차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와 같은 이유로 근심, 염려 또한 제 것이 아닙니다. 적혈구 수치가 모자라 수혈을 해도, 의사가 제 아무리 무서운 말을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의 것입니다. 근심, 염려는 다 주께 맡기고, 내 남편 또한 주께 맡기고 저는 이 밤 또 기다립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