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밟기하시는 하나님
늦가을, 추수가 끝나면 농부는 다시 땅을 갈아엎는다. 그리고 새로이 보리를 파종한다. 보리는 그렇게 겨울을 온 몸으로 겪으며 자라간다. 북풍한설의 매서움 앞에 ‘정말 겨울을 날 수는 있을까?’ 하랴마는, 보리는 기어코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
음력 정월 무렵이 되면 드센 한파도 한풀 꺾여 드디어 땅도 녹기 시작한다. 그러면 농부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보리의 새 순을 밟아준다. 말 그대로 ‘보리밟기’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이 녹기 시작하면 땅이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이때 보리 새 순도 덩달아 들뜨게 된다. 뿌리가 들뜬 상태라 제대로 양분을 공급받기 힘들다. 또 더러는 말라 죽기도 한다. 그래서 꾹꾹 밟아줘야 한다. 그래야 더 강한 새 순이 나와서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 실제로 그냥 두면 낱알이 100알가량 열리지만, 보리밟기를 해주면 무려 400알 가까이 열린다고 하니 뭐든 거저 되는 법은 없는가 보다.
그런데 여기서 참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발견한다. 가을보리 종자를 이듬해 봄에 파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어찌된 영문인지 싹이 나질 않는다. 겨울을 버티어 내야 비로소 싹을 내고 열매를 낸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겨울을 지나 봄에 파종을 하려 하면 ‘춘화처리’라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춘화처리’란 일정기간 냉장 보관하여 저온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이처럼 속성으로라도 겨울을 맛보게 해야 보리도 제 구실을 한다.
놀랍지 않은가! 혹한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폭설의 압력을 견뎌야 하는 것도, 겨우 싹 틔운 새 싹이 짓밟히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도 모두 더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하기 위함이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나의 삶에 불어 닥친 혹한이 싫다. 지금 나를 압박하는 삶의 문제들이 싫다. 우리 인생에 더 풍성한 결실을 얻게 하려고 보리밟기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얼마간 감사하다가도 곧바로 헉헉거린다. 절규하고 불평하며 원망하다 결국엔 포기하고 자멸해버리기도 한다.
잠언 5장 26절은 ‘사람의 모든 길은 하나님의 눈앞에 있나니 그가 그 모든 길을 평탄케 하시리라’ 말씀하고 있다. 여기서 ‘평탄한 길’은 단순히 ‘편안한 길’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지름길’이란 뜻이다. 지름길은 곧게 뻗은 넓은 길이 아니다. 때론 좁고 험한 길, 남이 알지 못하는 가파른 길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지름길을 묵묵히 따라가다 보면 분명히 남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를 이끌어 가신다.
예수께서는 누가복음 8장 16절을 통해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고 말씀하고 있다. 지금 고난 가운데 있는가? 분명히 알자. 지금 당신이 더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보리밟기하고 계심을…. 우리 모두 인내로 결실하자.
신현명 목사
yeddo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