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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

687호 · 2013-04-26

나는 나의 지나간 삶을 돌이켜보면 ‘새옹지마’란 말이 제일 가슴에 와 닿는다. 이 고사성어의 사전적 의미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지금은 ‘천만 감독’이라는 말을 들으며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나는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돈 없고, 빽 없고, 가진 것 없는 작은 회사의 일개 평사원이었다.

일개 평사원이 ‘천만 감독’이 된 계기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에 봉착했었다. IMF라는 무지막지한 재해는 나도 피해갈 수가 없었다. 당시 모든 기업은 비용절감차원에서 무급휴가란 요상한 제도가 생겨났고, 우리 회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그해 8월 본의 아니게 무급휴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외여행이나 한번 거창하게 다녀오면 좋으련만 나에게는 돈이 없었다. 나는 돈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평소에 내가 하고 싶었던 ‘글이나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으로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관련된 시나리오라는 것을 한번 써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탄생된 작품이이라는 시나리오였고, 다음해 태창흥업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운 좋게 대상에 당선되어 영화화까지 되었다(물론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그리고 다음에 쓴 시나리오가

였다.

나는 신생영화사와 영화 작업이 들어가면 시나리오 대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인작가의 작품에, 그것도 신생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작품에, 그 어느 감독도, 배우도 선뜻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그 좋은 시나리오를 왜 하필 신생영화사와 계약을 했냐고 질책을 했고, 당시 나는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메이저(major) 영화사와 계약을 했더라면, 지금쯤 이미 시나리오 대금을 받았을 텐데…’ 하며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영화 작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엎어질 기미가 보였고, 그 즈음에 나는 제작사 대표님에게 감독을 제가 하면 안 되겠냐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였다. 어차피 좋은 감독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제작사 대표님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그리고 그 때의 제안이 바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감독으로서의 첫 발자국이었다.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우리나라에 IMF라는 것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무급 휴가가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여행을 갈 여유가 있었다면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을까?’ 등등…. IMF가 없었다면, 무급 휴가라는 것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피곤한 월급쟁이가 시나리오를 쓸 생각은 더더욱 못했을 것이다. 설사 무급휴가가 있었다 하더라도 내가 돈이 많았다면 해외여행이나 다니며 꿈 같은 한 달간의 여행을 즐겼지, 시나리오 쓸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내가 란 시나리오를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을 했더라면, 당연히 다른 감독이 영화를 연출했을 것이고, 나는 영원히 감독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에 그렇게 속상해하며 재수 없고 운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상황이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행복한 기회이자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그렇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위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누군가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하나님이 나를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최악의 순간이 나에겐 결과적으로 기회였고, 그 기회는 , , , 등의 영화 연출과 , , 등 많은 영화의 제작을 하게 되는 감독 겸 제작자의 반열에 오르게 하였다.

지금의 상황이 막다른 골목, 혹은 절벽 끝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러나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는 줄 알지만, 절벽에서 떨어지면 창공을 날아갈 수 있다. 자유롭게 훨훨 목적하는 곳까지 주님의 도우심으로. 그렇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준비되어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이제까지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예비해 두시는 분이라는 점이다.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말고 당당히 나아가보길 권한다.

영화감독 윤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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