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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호 목차 › 붕우칼럼

뿌리깊은 나무처럼

687호 · 2013-04-26

몇 년 전 폭풍이 몰아친 밤, 뜬눈으로 지새우고 새벽정원에 나가보니 그렇게 좋아하며 다듬어준 나무는 뿌리째 뽑히고 꽃들은 몰골을 알아볼 수 없더라.

살아오며 별로 신경을 써주지 않은 울타리 측백나무는 어제와 다름없이 웃음으로 맞아준다. 밤새 전쟁을 치렀건만 어인 일인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맡은 일에 충성한 자가 뿌리 깊은 나무요, 충신이며, 애국자다. 겨울을 지나봐야 나무의 뿌리를 알고, 차는 우러나야 그 맛을 알 듯, 사람은 환난을 겪은 후에 평가가 가능한 법, 사람 또한 뿌리는 속일 수 없는 것 아닌가.

아첨꾼을 조심하라. 그들이 당신의 귀를 먹게 하고, 눈은 멀게 하며, 당신의 손발을 묶는 걸 잊지 말라. 또한 그들은 자신의 이익과 이름만 높이려 하며, 자기 일에 열매 맺는 것에는 관심 없고, 그저 주인에게 눈도장 찍기만 좋아하는 자다. 아첨하는 자는 당신의 발 앞에 그물을 치는 자임을 명심하라(잠29:5). 그리고 장기판에서 ‘상장 받아라’, ‘마장 받아라’, 큰소리치고 껄껄 웃어대며 남을 잡아먹기 좋아하는 자를 조심하라.

위기 때 일수록 바둑의 조용한 묘수를 쓰며, 자신이 사석이 되어 대마를 잡는 작은 희생의 공로자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묵묵히 어린양이 되셨던 것처럼. 인생 70을 바라보며 내가 얻은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장기 인생보다 바둑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멀리 보고 뛰는 유비무환의 안목을 가져야 하는 것이기에.

지금 대한민국에 강풍이 불고 있다. 어찌 보면 이 강풍은 사람을 저울질할 수 있는 기회인지 모른다. 마음의 심지가 제대로 깊게 박힌 자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 모른다.

엘리야가 3년 6개월 동안 닫혔던 하늘 문을 여는 기도의 제물이 되었듯이, 이 대한민국을 위해 스스로 사석이 된다면 그가 바로 뿌리 깊은 나무요, 진정 대한 사람 아니겠는가. 누가 이 땅에 한 알의 밀알이 되겠는가? 우리 모두 이 나라의 울타리 측백나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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