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또한 하나님의 사랑이리라!
작년 이맘 때 쯤의 일이다. 오랜만에 처가(妻家)에 들렀다. 지방에서 목회를 하는 까닭에 가족들은 따로 처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을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사뭇 심상치 않았다. 온 가족이 딸아이에게 매달려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당시 ‘신종플루’가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였는데 딸아이가 그만 유아원에서 그 병을 옮아온 것이었다.
응급처치를 좀 해 봤던 터라 곧바로 필자가 나섰다. 하지만 한밤중에 열은 40도를 웃도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달궈진 몸을 물로 마사지하여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한 시간을 넘게 마사지를 하는데도 쉽사리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는 지쳐서 “그만해, 그만해!”하며 울부짖는다. 벌거벗은 채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를 바라보자니 차마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 없었다. 어떻게든 열을 잡으려면 마사지를 계속해야 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드디어 열이 잡혔다. 꼬박 두 시간 가량을 숨죽이며 마사지한 결과 체온이 정상을 되찾은 것이다. 그마저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었다. 아이의 젖은 몸을 닦고 나니 순간 턱하니 긴장이 풀렸다. 안도감과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와 아이 곁에 쓰러져 누웠다. 안쓰러운 마음에 지긋이 아이를 바라보는데 아이가 되레 그 여린 손으로 내 손을 꼬집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아빠, 미워!”란다. 두 눈엔 원망 가득한 눈물을 그렁거린 채로….
그래, 아이 입장에서야 아빠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아파서 바들거리는 몸에 자꾸만 물을 끼얹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그만해 달라’고 목이 쉬어라 눈물로 호소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원망스런 눈초리로 아빠를 바라보는 딸아이를 바라보다 문득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돌이켜 보았다.
‘나를 고치기 위해 내 삶의 병든 부분을 닦아내시는 하나님을 향해, 마치 어린 딸아이처럼 하나님을 오해하여 감사치도 아니하고 원망 아닌 원망을 하거나 하진 않았나, 하나님께서 나를 단련시켜 성장시키시기 위해 행하신 훈련의 과정에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언젠가 수업시간에 한 신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하나님은 왜 이스라엘을 구하시겠다고 약속하셔놓고 매번 이렇게 뜸을 들이시는 걸까요?”
사실 이러한 고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의문이기도 하다.
‘우릴 도우시겠노라, 우리와 함께 하시겠노라,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채우시겠노라 약속하셔놓고 하나님은 왜 그 약속을 더디 이루시는가! 하나님께선 도무지 우리 일에는 관심이 없으시기 때문일까, 아니면 굳이 우릴 돕는 것에 재미, 흥미를 느끼지 못하시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 하나님은 신실하시다. 민수기 23장 19절에서 밝힌바 대로 ‘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니 식언치 않으시고 인자가 아니시니 후회가 없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치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치 않으시랴!’ 범사에 때가 있으니 그 때를 이루시고자 함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비가 누에고치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누에고치에 칼집을 내어 나비를 끄집어내주면 어떻게 될까? 나비는 날개를 몇 번 파드득거리다 죽어가고 말 것이다. 누에고치를 빠져 나가는 과정에서 나비가 혼신의 힘을 다할 때, 날개가 힘을 얻어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를 머금은 조개가 고통스러워한다고 그 모래를 대신 끄집어낸다면 또 어떨까? 결코 조개는 진주를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
값싼 동정과 혹은, 인간적인 위로에 길들여지지 말자! 이것 또한 중독성이 강해서 당신의 신앙을 더욱 연약하게 만드는 마약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 세상에 거저된 것이 없다. 뭐든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과정’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지금의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주저앉아 포기해 버린다면 그 어떤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흙 한 삼태기 부어 놓고 그 흙이 태산이 되기를 기대하랴! 담금질 한 번에 명검이 되기를 기대할 손가! 어림없는 짓이다. 명검은 담금질 한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자기 사람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다고 말씀하고 있다(요13:1).
또한 그 하나님은 항상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임을 잊지 말자. 지금 내게 주어진 고난도 하나님의 사랑의 표현이리라. 지금 고난의 바다를 지나는 분들이 있는가? 믿음의 고백을 통해 승리하자!
신현명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