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니요?
여보게,
내 말 좀 들어보겠나? 지난 크리스마스 때 정말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식사를 했다네. 우리 장로들이 저녁 대접한다는 것도 사양하고 어머니와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이시대 목사 부부와 함께 식사를 했지. 어머니가 연로하시다보니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또 크게 아프셨기도 했기에 어머니에게 자꾸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라네.
아무튼 어머니와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냥 들어오려니까 뭔가 부족하다 싶고, 뭔가 섭섭한 거야. 그래서 호텔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갔다네. 생음악이 흐르고 아주 운치가 있는 곳이었지.
거기서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밤늦게야 돌아오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면서 “아범아, 고맙다.” 이러시는 거야. 이 말을 듣는데, 왜 내 마음이 묘한지.
그 때 내 심경이 어떤 것인지 지금도 난 모르겠네. 나는 겨우 “어머니, 고맙다니요?” 라고 말했을 뿐이네. 생각해보게나. 이게 말이 되는가? 내가 뭘 해드렸다고? 기껏 저녁 한 끼 사드리고, 커피 한 잔 사드린 거 밖에 없는데 고맙다니….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내가 어머니 속을 얼마나 썩였는데, 어머니의 돈을 내가 얼마나 많이 갖다 썼는데, 장남이 되어가지고 모시지도 못하고 있는데 고맙다니. 어머니는 저녁 한 끼에 내가 섭섭하게 해드렸던 모든 것을 잊어버린 모양일세.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생각이 깊었네. ‘부모의 마음도 이러할진대, 하나님의 마음이야….’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을 죽이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네. 그러시고도 하나님은 우리가 조금 수고하면 그게 고맙고, 우리가 조금 희생하면 그게 고맙다고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네.
‘왜 안 하냐? 왜 그것만큼만 하냐? 왜 더 못하냐?’고 채근하고 나무라셔도, 사실 너무 큰 것을 받은 우리로서는 할 말이 없을 텐데, 두 렙돈을 내는 것을 보시고도 ‘그만한 믿음을 본 적이 없다. 고맙다’고 하시고, 당신을 보려고 뽕나무에만 올라가도 ‘대단하다, 고맙다’ 하시니 어찌 그 마음을 우리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여보게,
부모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우리 어머니처럼 ‘고맙다’ 하신다네. 우리 하나님은 더욱 그러시지. 당신을 위해 조금만 일해도 우리 하나님은 감격하고 감동하시는 너무 좋으신 분이라네. 그런데 그런 분을 감동시키지 못한다는 건 우리가 너무 그분의 일에 게으른 것이고, 우리가 그분께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니겠는가.
주님을 감동시켜 보게. 주님을 감격하게 해보게. 자네가 주변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에도 그 분은 감격하시고. 자네가 드리는 적은 헌물에도 그 분은 감동받으시고, 자네가 짬짬이 길에 나가 복음 실은 신문을 돌리는 것으로도 그분은 충분히 감동하신다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지. “정말 고맙다.”
하나님께 이 소리를 듣는 것이 나의 최대 목표라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마25:21)라는 하나님의 칭찬을 듣기 위해 정말이지 열심히 살았네. 주님이 내 손을 잡으며 “고맙다” 그러시면 어떤 기분일까? 그 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내일도 복음을 들고 나갈 걸세. 자네도 그러길 바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