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빈 자리
당신이 늘 앉아계시던 의자, 당신이 늘 끼고 책을 읽던 돋보기, 그리고 즐겨 입으셨던 스웨터는 다 그대로 있는데 당신만 안 계십니다. 당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당신이 끝까지 사랑했던 가족모두 여기 있는데 당신만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어린 아이가 풍선을 놓쳐버린 기분이랄까, 가구 없는 방안의 휑함이랄까…. 너무 큰 것을 놓쳐버린 심정, 너무 귀한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당신이 남긴 가족은 그저 휘청거릴 뿐입니다.
당신은 우리를 두고 본향으로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좋은 아내와 가족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여든 남짓한 생을 접으셨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이 있기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아픔과 슬픔 속에서도 큰 숨을 몰아 내쉴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언제 가장 예수 믿는 것이 감사했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내 아버지를 떠나보냈을 때’라고 말할 것입니다. 정말 다시 만난다는 소망이 없었다면, 가장 좋은 곳에 내 아버지가 먼저 가 계신다는 기쁨이 없었다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막연했던 하늘나라가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냄으로 확실하게 실감났고, 그 곳이 있음에 새삼 깊이 감사했습니다.
누구나 때가 차면 다 돌아갑니다. 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입니다. 인생이 한낱 풀과 같고, 아침 이슬과 같다는 생각을 아버지를 보내고서야 해봤습니다. 그러나 풀과 같다고, 해가 뜨면 사라질 아침 이슬 같다고 이 땅에서 대충 살면 안 됩니다.
하늘에 먼저 가신 아버지의 영이 슬픔에 가득한 우리를 찾아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아무 후회가 없었으나 예수 이름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된다. 그러니 너희는 예수 이름으로 많은 일을 해라. 그리고 훗날 다시 만나자.” 그 말씀은 상실감에 쌓여 있던 우리 모두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곳은 이 땅에서 예수 이름으로 일한 대로 보상되고 포상되는 곳입니다. 예수 이름으로 일하고 사랑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