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다
창문을 열자 아프리카 특유의 열기와 습한 기운이 밀려들어왔다. 높이 자란 야자수 잎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소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내려앉고 간간이 천둥소리가 구름 사이로 들린다. 나이지리아 집회를 시작할 첫날 아침이었다. 비와 야외집회, 이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위기상황 가운데 하나였다. 하나님께서는 단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지만, 그러나 이런 위기가 닥칠 때마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어김없이 소집령이 내렸다. 총회장 목사님은 기도를 마치고 내려와 모든 집회 스태프들을 소집하고 우리가 당면한 일들은 보이지 않는 악한 것들과의 영적 전쟁이라 말씀하고 전쟁을 선포하셨다.
“우리 앞에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믿음이란 지금 하나님께서 나를 보고 계시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우리 다함께 합심으로 이 비를 멈춰달라고 기도하고 나가서 집회장에 고인 물을 퍼내야한다. 삽과 양동이, 양수펌프, 소방차를 동원해서라도 퍼내야한다. 나는 지금까지 숱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여 년 전, 방배동 유치원을 경영할 때 유치원 운동회가 열렸는데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나는 직원들을 데리고 아침 일찍 삽과 양동이를 들고 나가 땅을 파서 고랑을 만들고 물을 퍼내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비를 멈추고 약 2시간 동안 뜨거운 햇빛을 작렬시키더니 운동장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셨다. 결국 우리는 무사히 운동회를 치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다.
12년 전 메인스타디움 집회 때도, 가까이는 몽골과 에콰도르에서도 나는 담대히 쏟아지는 비를 예수 이름으로 명령하여 멈추고 집회를 인도한 경험들을 갖고 있다. 기도는 응답 받고 하는 것이고 전쟁은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팔짱만 끼고 방관해서는 안된다.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를 보고 계신다. 우리가 최선을 다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돕는 것이다.”
다함께 통성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이 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능하신 하나님께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아뢰는 것뿐이었다.
모두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때 이 도시의 가톨릭 주교가 총회장 목사님을 찾아왔다. 그는 총회장 목사님의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정말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종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엇이든 돕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나가는 우리 앞에 그는 마치 천군만마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목사들이 등을 돌리고 떠난 마당에 그는 천주교 신부임에도 교파를 초월하여 그리스도의 형제를 돕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총회장 목사님은 마치 예수님이 찾아온 느낌이라며 그를 깊게 포옹해 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 하늘의 비가 멈춰있었다.
집회장인 이삭 보로 공원(Isaac Boro Park)은 입구부터 물이 차있었다. 공원 잔디밭도 골이 패인 곳마다 잔뜩 물이 고여 있었다. 총회장 목사님은 바지가랑이를 걷어붙이고 직접 바가지와 양동이를 들고는 물을 퍼내는 시범을 보이셨다. 그때 경호원 중에 한명이 다가와 총회장 목사님을 말리며 ‘이 모습이 언론에 나가면 웃음거리가 되니 그만두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총회장 목사님은 즉시 그를 질타하며 말씀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께서 주신 환경에서 우리의 최선을 다해 이 전쟁을 이기는 것뿐이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이 보고 계시는 것을 알기에 이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보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만약 예수님이 이 물구덩이로 오신다면 어쩔 것인가? 그래도 이대로 두겠는가? 목자는 양 떼를 편안히 돌봐야 할 책무를 가진 자이다.”
총회장 목사님은 단의 위치, 주변정리까지 직접 진두지휘하시며 무슨 일이 있어도 집회 시작 전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야 한다고 역설하시고는 다시 기도를 위해 숙소로 향했다.
모세 목사는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는 순수한 열정 하나로 이 집회에 몸을 던지고 있었지만 너무도 돕는 사람이 없었다. 작은 일까지 일일이 직접 챙겨야하는 어려움 속에 시간은 흘러가고 오후가 들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모세 목사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방언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말 신실한 종이란 감동이 밀려왔다. 그가 한국에서 총회장 목사님을 통해 배운 것은 바로 기도, 문제가 있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우리 교단 그 누구나 몸에 젖어있을 만큼 정확한 방법이 아닌가! 그래, 맞다. 진리는 아주 단순한 데 있는데 우리가 알면서도 행하지 않기에 하나님의 응답을 맛보지 못하는 것이다. 총회장 목사님을 통하여 무수한 실례를 목도하면서도 그 복음이 내 것이 되지 못하기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들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정말 그 순간에는 이러다 과연 집회가 가능할까 할 만큼, 모든 상황은 아침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살아계셨다. 해가 지고 집회 시간이 되자 모든 비는 멈췄고 단상과 조명, 앰프 등이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운동장에는 질퍽거림에 아랑곳없이 많은 인파가 운집하기 시작했다.
이미 우리의 활시위를 떠난 전쟁은 시작되었고, 이제 우리가 할일은 하나님께서 주신 환경에서 우리의 최선을 다해 이 전쟁을 이기는 것뿐이다. 전쟁은 하나님께 달려있고 전쟁은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란 믿음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 지금까지 어느 곳을 가서든지 연전연승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밑거름이 아니었던가! (다음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