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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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멋, 깊은 맛

225호 · 2004-06-16

어린 시절, 땀을 흘리며 뜨거운 음식을 드시면서 “아! 시원하다” 하시는 어른들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내가 그 어른들의 나이가 된 지금, 그 뜻을 알게 되었다. 세월의 수레는 참 크기도 하다. 많은 것을 실어오고 숱한 것을 실어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책에서 배우지 않아도 세월은 많은 것을 알게 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그것은 하나같이 진리다.

세월의 멋을 아는가? 그것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면 어휘력의 부족이다. 고목에서 느끼듯이 세월의 멋은 깊은 멋이다. 두덕두덕한 고목의 나무껍질처럼 어쩌면 아름다움과 상반되는 듯한 삶의 흔적과 자취에서 풍겨 나오는 멋, 바람이 불어도 요동하지 않는 어쩌면 무감각해 보이기까지 하는 초연한 멋, 그것이 세월의 멋이 아닐까!

세월의 맛을 느껴보았는가? 달콤하고 상큼한 맛일 거라는 상상은 깨야할 것 같다. 그것은 오히려 된장의 텁텁한 맛이나 간장의 짭짤한 맛으로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오래 숙성되어야 나는 맛, 오래 묵어 익은 맛. 처음 맛보다 먹을수록 음미되는 깊은 맛, 그것이 세월의 맛이 아닐까!

세월이 흐르면서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멋있다’는 말에 솔깃해진다. ‘예쁘다’는 칭찬보다는 ‘품위 있어 보인다.’는 인사치레라도 해주면 내심 기쁘다. 내가 세월의 멋과 맛을 아는 나이가 된 탓일 게다.

멋있고 맛있는 사람.

자극적인 맛이나 현란한 멋이 아니라 깊은 맛과 깊은 멋이 풍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볼수록 괜찮은 사람, 쉽게 식상하지 않는 사람, 속에 진검을 소유한 듯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월을 거슬러 살아보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세월을 벗 삼아 더불어 살아가는 멋있고 맛난 사람….

하나님의 사람은 더욱 멋있고, 더욱 맛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숙성되고 성숙된 멋과 맛, 그리고 고귀한 멋과 맛이 뭉실 묻어나 곁에 다가서면 감동받는 그런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멋과 맛이 진동할 때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자들이 날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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