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후예, 몽골
울란바토르의 태양은 뜨거웠다. 해발 1,300m의 고지대에 펼쳐진 초원과 건조한 공기, 그리고 쉴 새 없이 불어대는 모래바람은 한 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정복자 칭기즈칸을 키워낸 토양이 되었겠지만, 영광의 시대를 상실하고 오랜 식민생활과 빈곤에 시달려온 오늘날의 몽골인들에게서 자유로운 기마민족의 진취적인 기상이나 유라시아 대륙을 초토화시키던 영웅시대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단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역사적 자존심에 묻혀있는 약소국의 허상뿐이었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우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며 잠재된 그들의 자유로운 기상을 되찾아 미래를 새롭게 가꾸어가는 것뿐이다. 바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억압과 상실의 한을 치유하고 재기의 힘을 북돋아줄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몽골 1차 집회에 몽골인들이 그토록 열광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에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복잡한 공항을 가득 메운 몽골인들의 모습들은 우리 한국인들이나 다를 게 없었다. 우랄 알타이어족의 동일한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까? 어린아이들의 엉덩이에 보이는 몽고반점도 우리 한민족과 몽골인들에게만 나타난다고 하니 그들과 우리 사이는 참으로 가까운 피가 흐르고 있는지 모른다.
공항에는 박용구 선교사와 성도들이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또한 포항에서 총회장 목사님을 통해 은혜를 받다가 현재는 몽골에서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철규 성도가 나와 모든 차량과 숙식까지 제공해 주었다. 그는 한 때 암흑가의 보스로 죄악 속에 살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기도와 총회장 목사님의 인도로 현재는 김두한과 같은 의협으로서 몽골의 한인사업을 도와주고 하나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헌신하고 있다.(관련기사 4면)
사실 이번 집회는 총회장 목사님의 선교지 방문목적으로 계획되었는데 현지 복음주의 협의회 목회자들이 총회장 목사님의 비디오테이프를 보고는 ‘이런 큰 목사님이 오시는데 그냥 보내면 안된다.’며 대형집회를 하자고 제안하게 된데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철이라 야외장소 임대가 원천적으로 불허되고 있는 터라 울란바토르 팰리스(UB Palace)라는 대형 실내공연장에서 개최되었다. 여름철이라 백야현상으로 울란바토르는 밤 10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도들은 낮 2시부터 집회장소에 몰려와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을 불러들인 것은 오직 TV광고였다. 처음 가는 곳에서 총회장 목사님을 알 리도 없고, 단지 그들은 30초짜리 TV광고를 보고 달려온 것이었다. UB Palace 측 관계자들은 너무 몰려드는 인파로 이튿날부터 출입을 제한하기에 이르렀고, 많은 사람들이 문밖에서 TV로 중계되는 화면으로 집회를 지켜봐야 했다.
마지막 날에는 문을 늦게 열어준다고 밀치는 바람에 문이 부서지고 집회장 안에서는 단으로 안수를 받으려고 밀려올라오는 인파로 의자들이 파손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하였다. 지난 달 인도집회에서도 몰려드는 인파로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지만 이곳은 그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았다. 안수를 받으면 단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을 드는 이 젊은이들이야 말로 몽골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밀고 밀치고 용신할 틈 없이 밀려드는 인파로 단 위에서는 총회장 목사님을 중심으로 마치 소용돌이가 이는 듯했다. 안전요원까지 동원되어 장내 질서를 잡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더러운 귀신들은 소리를 지르며 처처에서 요동했고, 가까스로 단으로 끌어올려져 소리를 지르며 떠나갔다. 소경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 벙어리가 귀와 입이 열려 말하기 시작하자 장내는 떠나갈 듯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목발을 짚고,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안전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총회장 목사님 앞으로 인도되어 목발을 놓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모습이 장내 양 벽면에 영사되는 대형스크린 화면에 보이자 이제 아예 사생결단을 감행하듯 더욱 더 단 위로 몰려들었다. 또한 어떻게든 총회장 목사님의 옷자락이라도 만져보려는 사람들은 단으로 올라올 수 없자 단 아래서 손을 뻗어 안수하기 위해 몸을 구부린 총회장 목사님의 몸에 손을 갖다대곤 하였다.
그들에게 총회장 목사님의 존재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라도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무질서하게 몰려드는 인파로 정상적인 집회진행이 불가능했다.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탈진한 총회장 목사님은 결국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할 수 없어 자리를 피해야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떠날 줄을 모른 채 진을 치고 다시 총회장 목사님이 나올까 기다리고 있었다. 안전요원의 통제에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물병을 던지며 왜 막느냐고 항의하기도 했고, 저지하는 안내요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었다.
한마디로 단 위의 상황은 질서를 잡으려는 안전요원들과 어떻게든 안수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후에 박용구 선교사가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집회에서 고침을 받은 성도들이 집회장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모두 떼가 버렸다고 한다. 그만큼 이들에게 사모하는 마음은 간절하기 그지없었다.
집회장에 몰려든 인파 중 대부분이 불신자들이었고, 그 중에 또 절반 이상은 젊은이들이었다.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을 드는 이 젊은이들이 바로 이 몽골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몽골 1차 선교여행은 이렇듯 울란바토르에 대소동을 일으키며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