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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목차 › 붕우칼럼

때와 시기를 알라

223호 · 2004-06-03

2002년 월드컵 때 세계 4강 신화를 낳은 히딩크 감독은 축구계의 재임 요청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떠났다. 벽안의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명예시민권까지 부여하면서 옷자락을 잡아보았으나 그의 의지는 확고부동했다. 숱한 러브 콜에도 그는 가끔 얼굴을 보일 뿐이었다. 그는 가장 빛나고 영광스러울 때 내려올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자다.

스타는 박수를 받을 때 내려와야 한다. 산행(山行)을 해보았는가? 산에 올라 정상에서 정복의 쾌락을 만끽한 다음에는 곧 내려와야 한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흘린 땀과 노고가 얼만데 벌써 내려가?’ 하고 산에 계속 있다보면 날이 어두워져 내려오기가 어렵게 된다. 해가 진 뒤에 내려오다 보면 길이 안 보이니 넘어져 스타일 구기기 십상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세상의 부귀와 명예는 마치 눈사람과 같아 태양이 내리쬐면 녹게 되어 있다. 애쓴들 태양 앞에서 눈사람이 무슨 재간을 부리겠는가? 언제나 욕심이 문제다. 욕심이 판단을 흐리게 하고, 때를 놓치게 해 끌려 내려오게 하고, 마지막을 초라하게 한다. 링컨이, 케네디가 더욱 그립고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가장 절정기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갈채 받던 시기에 막을 내려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다.

물러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며, 내려올 때를 아는 것이 지혜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자가 진정 아름다운 자라 했던가! 당신이 내려올 때 아쉬움을 갖지 않으면 만인이 당신을 아쉬워 할 것이나 당신이 자리에 미련을 두면 만인이 당신을 미련 없이 잊을 것이다. 박수 받을 때 내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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