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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호 목차 › 옹달샘

하늘이 파랗다고요?

217호 · 2004-04-21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은 소화제인가보다. 파란 하늘을 보면 묵은 체증이 뻥 뚫리게 한다. 시인들은 파란 하늘을 소재삼아 노래를 하고, 아이들은 파란 하늘 속에서 동심을 키운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본 사람은 하늘이 전혀 파란빛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가 올려다 본 파란빛이 하늘에는 없다.

벌써 바다가 그리워진다. 파란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면 그동안 빌딩 사이에서 묵었던 때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그 시원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바닷물에 뛰어 들어가 보면 물이 파랗지 않다. 물에 뛰어들기 전에는 그렇게 파랗던 바다물이 그냥 예사로운 물빛이다. 하늘과 바닷물은 멀리서 보는 것처럼 파랗지 않다. 다만 빛의 산란에 의해 우리 눈에 파랗게 보일 뿐이란다.

살다보면 어떤 사람을 오해할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왜 저래?’ ‘왜 저러고 다녀?’ 그냥 내 눈에 비춰지는 단면을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처지나 환경은 고려치 않고 멀리서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때론 얼마나 큰 오산인지 나중에 알게 된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마치 하늘이 파란색이라고 우기는 격이며, 그 사람의 환경에 들어가 보지 않고 그 사람을 판정하는 일은 바닷물이 파란색이라고 고집하는 경우와 같지 않을까. 하늘에 올라가 보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 보지 않고 말해야 소용없듯 남의 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그저 이해하는 입장에서 관망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모든 것을 체휼하셨다. 그리고 파랗게 보인다고 그냥 파랗다고 단정해 버리지 않으시고 그 안에 들어가 그것이 속앓이로 가슴에 멍이 든 것인지 아니면 파란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혼자 울고 있는지를 알아내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은 아픈 자와 같이 아프고, 배고픈 자와 같이 허기를 느끼셨으며, 가난한 자와 친구가 되셨다.

내 가까운 형제와 이웃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되라. 그의 아픔이 너의 아픔이 되면 나중에 그의 즐거움이 너의 즐거움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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