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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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목차 › 옹달샘

봄이 전해준 선물

216호 · 2004-04-14

만물은 누가 시계를 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때가 되면 제 할 일을 잘도 알아서 한다. 개나리, 진달래가 제 때를 알아 언덕마다 산을 이루고, 벚꽃이 숲을 이루어 사람들은 부르고 있다.

나른한 오후, 벚꽃잎이 마치 바람에 비처럼 쏟아지는 윤중로를 걸으며 봄의 향기를 만끽했다. 그 그윽한 향기 속에서 나는 더욱 진한 향기를 느꼈다. 바로 하나님의 향기였다. 감미롭고 은은하며 따스한….

그 분은 봄의 따사로운 바람결에 그윽한 사랑의 향기를 더불어 띠우셨다. 그 향기를 맡으며 울컥한 마음이 든다. ‘그 분의 사랑이 이렇듯 천지에 진동한데 나는 그 사랑을 찾아 여태껏 방황했구나.’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 소리는 마치 ‘환희의 찬가’에 맞춰 합창을 하듯 한다. 그 몽올몽올 거리는 소리 속에서 나는 더 귀하고 섬세한 음성을 들었다. 주님의 음성이었다. 아름다우며 부드럽고 그리고 아주 낮은….

그 분은 꽃의 노래 속에 당신의 음성을 실으셨다. 그 음성을 듣다가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 뻔 했다. 마치 아이가 외출한 엄마를 기다리다 전화에서 나오는 엄마음성을 듣고 우는 것처럼.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음성이 늘 이렇게 가까이 내 곁에 있었는데….’

작은 꽃들이 한껏 웃어댄다. 방긋방긋 웃는 꽃들 속에서 낯익은 한 얼굴을 대한다. 나를 향해 활짝 웃고 계시는 주님의 얼굴이었다. 십년지기처럼 반갑고, 전혀 낯설지 않고, 환한….

그 분은 꽃 속에다 당신의 표정을 싣고 있었다. “힘내라. 내가 있잖니?” 말하지 않아도 그 분의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하고 계셨다. 꽃을 조심스럽게 감싸보았다. 주님의 얼굴을 만지듯이.

오늘 이 윤중로를 따라 걸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분,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의 체취를 맡고, 그 분의 음성을 듣고, 그 분을 만질 수 있었다. 그 분은 늘 내 곁에, 나를 위해 계시는 분임을 새삼 깨달은 것이 봄이 내게 준 가장 크고 기쁜 선물이었다.

오늘 내가 이 길을 걷게 된 것은 꽃의 유혹이 아니었다. 주님이 나를 부르신 것이다. 내게 당신의 사랑을 전하시려고 이 봄나들이를 권하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차창을 내리고 이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목청껏 찬송을 불렀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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