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호 목차 › 세상을 보는 창
빨간 우체통
208호 · 2004-02-20
밤새 쓴 편지에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어 소식을 띄우던 시절, 그리고 하염없이 답장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낭만이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면 바로 대화가 가능하고 서신이 왕래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가 한 모퉁이에 있던 빨간 우체통이 점차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어쩌다 편지라도 한 통 부치려면 우체국까지 가야 할 형편이 되었다.
실제로 우체통이 일년에 천여 개씩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의 말로는 개인 우편물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여 수익성면에서 적자이기 때문에 법인우편이나 택배 쪽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날로 급증하는 e-메일, 모바일메신저서비스(MMS)까지 첨단 통신기능으로 우정사업본부도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니 이를 탓할 수는 없다.
기능과 편리성이 우선되어야 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뭔가 씁쓸한 맛이 입 안에 도는 것은 왜일까? 그래도 빨간 우체통이 길가 어디에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그리고 싶을 때, 컴퓨터를 모르는 사랑하는 부모님께 불효를 고하고 싶을 때 한 통의 편지를 들고 빨간 우체통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