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고 있다
얼마 전, 엄마와 함께 미국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로스앤젤레스. 미국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산다는 곳이었다. 낯설고 물선 동네일거라 생각하고 잔뜩 긴장을 하고 갔지만, 도착한 첫날 한국 스타일의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한국인이 점원으로 일하는 마트에서 실컷 아이쇼핑을 하는 동안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시간이 갈수록 낯선 곳이라는 생각은 사라져갔다.
LA의 주차방식은 자율이었다. 주차를 한 뒤, 주차등록기에 가서 내가 정한 시간만큼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그 영수증을 차 안에 두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주차장에 표시된 주차기로 곧장 달려가 영수증부터 챙기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여기가 미국인지 옆 동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즈음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다.
우연히 들른 바닷가가 너무 근사하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계적인 관광지 해운대 옆에 있는 일광해수욕장 정도 되지 않을까? 큰 항구가 있는 롱비치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실비치(seal beach)라는 곳이었다. 너무나 예쁜 풍경에 우리는 차를 대고는 곧장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왔는데 웬걸, 차 유리에 떡하니 주차위반 딱지가 꽂혀 있었다. 카페에 들어갈 때 별 생각 없이 한국에서 하듯 아무데나 주차를 스윽 하고 들어갔던 것이 문제였다. 다시 보니 차 앞에 주차등록기가 있었고, 2시간에 3$을 내면 그만이었다. 예쁜 풍광에 정신이 팔려 3$이면 될 주차요금을 48$의 벌금으로 내게 되었다. 사실 주차를 할 때마다 이곳저곳에 있는 주차등록기를 보면서 사람도 없고, 주차기만 있는 이곳에 ‘잠깐 주차하고 그냥 나가면 누가 아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미국 사람들은 참 열심히도 주차요금을 지불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지 그들은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비싼 경험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벌금을 지불하며 문득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은 항상 내 안에 계신다고 나와 함께 동행한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생활 속에서 주님의 존재를 자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힘들고 슬플 때는 내 곁에 있는 주님을 찾지만, 내가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주님 보시기에 합당치 않은 일을 할 때에도 주님이 내 곁에 계실 거라는 생각은 안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잠깐 다른 곳을 보고 계실 거라는 용감한 믿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주님은 분초 단위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몰래 주차한 차를 찾아내 벌금을 물리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주님은 우리를,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불꽃같이 지켜보고 계신다. 나는 이 당연하지만 놀라운 깨달음을, 저 멀리 미국 땅에서 물린 벌금 48$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주님의 동행하심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주께서 나의 앉고 일어섬을 아시며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통촉하시오며”(시139:2).
전훈지
ppj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