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달에 어머니께서 TV가 고장 나 심심하다며 가까이에 사는 누님 댁에 가신다고 나가셨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린 일이 있었다. 헤매다가 길거리에 앉아 쉬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파출소로 인도해주셔서 집으로 연락이 왔다. 어머니께서 집주소도 모르고 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내 아들이 이초석 목사요.” 라고 했더니 즉시 찾아 교회를 통해 연락이 온 것이다.
며칠 후에 노인케어센터에 가셨다가 그만 변을 옷에 지르셨는지 복지사가 젖은 바지를 검은 비닐봉지에 싸고 다른 바지를 입고 오셨다. 두 사건을 통해 어머니는 크게 낙심하셔서 코가 빠지시고 여러 가지 상심에 빠지신 듯싶더니 그 다음 주일예배를 빠지셨다. 주일성수를 안 하신 것은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조금 걱정이 되어 어머니를 놓고 집중적으로 기도를 하는데, 성령님께서 ‘너는 어머니를 모시기는 했어도 어머니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하신다. 깜짝 놀라 돌이켜보니 정말 그런 거 같다. 자식 된 도리로 모시기는 했지만 늘 아내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모자(母子)라는 관계 속에 함께 있는 것으로 의무를 다한다고만 생각하고 살아온 듯하다. 크게 깨닫고 회개하고 앞으로는 어머니를 사랑으로 모셔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편으로 ‘내가 예수님도 모시고는 있으나 사랑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 혹시 ‘첫사랑은 다 잊고 일만 열심히 하는 에베소교회가 되어 있지 않나’ 돌아보았다. ‘찬양은 열심히 하는데 정작 주님을 사랑하지는 않고, 설교도 잘하고 심방도 잘하는데 주님을 사랑하는 근본을 잊고 일만 남은 거 아닌가. 내 열심으로 나를 위해 열심히 하는 것 아닌가, 겉껍질만 남아있지 않나, 목사라는 허울만 뒤집어쓰고 다닌 것 아닌가’ 깊이 되돌아보았다.
사도바울이 빌립보서 2장 21~22절에 ‘나와 디모데는 복음을 위해 일하지만 저희는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않고 자기들의 일을 구한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부부간에도 사랑은 식어가고 관계만 남아 있을 수 있다.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내가 없으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남편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어느덧 서로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사랑의 자리에 대신 들어앉아있을 수 있다.
메마르고 냉랭하고 고달픈 관계와 일만 남은 가정, 부모와 자녀관계도, 목사와 성도관계도, 나아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도 다시 한 번 점검해보자. 그리고 꾸짖지 않고 후히 주시는 예수님께 기도하자. 주님을 더욱 사랑하게 해달라고, 부모와 자녀를 사랑하게 해달라고, 형제와 가족도, 목사님을, 성도님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찌라도… 내가 예언하는 능이 있고…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전13:1~3).
이시대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