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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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호 목차 › 성경 에세이

지금이 제일 좋아!

879호 · 2016-12-31

여보게!

나는 지금 이 나이가 딱 좋다네. 뭐 머리가 많이 빠져서 속이 다 보이고, 흰 머리 때문에 염색을 하라느니 포마드를 바르라느니 말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이 나이가 딱 좋네. 육체라는 건 세월이 가면 누구나 쇠해가는 거 아닌가.

이 나이쯤 되니까 세상이 보이네. 사람도 볼 줄 알고, 세상 이치도 알겠고, 더욱이 산전수전 겪은 터라 많은 경험이 재산이 되었지. 그래서 하나님 말씀으로 가르칠 수도 있고, 덕담도 해주고, ‘이놈들!’ 하면서 충고도 해줄 수 있고, 경험담도 얘기해줄 수 있지.

또한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네. 젊을 때야 더 높이 올라가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지 않은가. 물론 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자여서 그 하명에 절대적으로 충성해야했기에 그랬지만, 아무튼 일분일초, 촌각을 다투는 세월을 보냈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네. 오히려 비울 줄 알게 되었고,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되었네. 소유욕은 애당초 없었지만, 힘에 겨운 일은 억지로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긴 거지.

허세도 없어졌지. 폼 잡으려는 것도 사라지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게 되었네. 폼생폼사 시절이 지난 게지. 그래서 편하네.

여보게!

다시 한 해가 시작되었네. 한 살을 또 먹었지. 꽤나 많이 먹었네. 그러나 나이 듦을 슬퍼하지 말게. 나이가 들어 얻어지는 것들도 많으니까. 젊어서는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아무리 똑똑해도 모르는 것들이 나이 들면 보이고 들리고 알게 되니까. 우리 어머니가 학문은 없으시나 항상 이치에 맞는 말들을 하시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는 것을 내가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되었지.

젊음이 좋지. 부럽기도 하지.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사고 싶은 게 젊음이지. 그러나 불가능하지 않은가. 가능성이 없는 것에 목을 맬 필요는 없네. 지금 내 나이가 가장 좋은 때라 여기고 재밌게, 즐겁게, 알차게 보내면 되는 거라네.

한 살 더 먹은 걸 축하하네. 그만큼 마음도 넓어지고 시야도 넓어질 거야. 힘을 내라고!

朋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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