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나의 몫!
최근 자녀학대에 관한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 이렇게 학대를 일삼는 부모들이 대부분 진술을 할 때 ‘나도 어려서 맞고 자랐기 때문에 아이를 때렸다’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 당신의 가정이 화목하지 않은 건 당신의 잘못이다.’ 참으로 공감 가는 말이 아닌가?
누구나 성장과정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지만 누군가는 그러한 상처를 이겨내고 오히려 다른 이들까지 감싸줄 수 있는 큰 그릇으로 성장한다. 사사기에 기록된 입다는 그런 면에서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다. 기생인 어머니를 통해 서자로 태어나 정실 자식들의 미움을 실컷 받고 집에서 쫓겨나 떠돌이 시정잡배들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냈으니 요즘 말로 조폭이나 묻지마 범죄자가 됐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삿11:2~3). 하지만 성경을 보면 그는 그러한 상처를 잘라내고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과 넓은 포용력을 가진 인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그가 자신을 쫓아낸 형제들이 암몬족속의 침범이 두려워 그를 찾아와 대신 전쟁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을 때, 과거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그들을 해하거나 상처를 핑계 삼지 않고 결국 이를 수락하여 전쟁에 나선 것이 그렇다. 또한, 암몬족속을 무조건적으로 살육하려는 모습이 아니라 율법의 가르침대로(신21:10~12) 대화를 통해 전쟁도발의 이유와 설득을 시도하는 모습을 봐도 화평케 하려는 태도와 차분한 일 처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전쟁에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영접하러 나오는 자를 번제로 바치겠다고 하나님께 서원한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외동딸이었던 것은 큰 실수였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실수 앞에 어떻게 행동했는가? 어린 시절 자신의 상처를 구실삼고 이런저런 변명으로 약속을 피했는가? 아니다. 그는 만약 하나님께 서원한 바를 어긴다면 개인이 받는 저주는 물론이요 자신을 쫓아낸 형제들을 포함해 이스라엘 민족 전체에 엄청난 시련이 닥칠 것을 알고 결국 그 서원을 이행했다. 무엇보다 그의 딸이 자신의 아버지께 하나님과의 약속을 그대로 이행하도록 권하며 자기 자신을 번제로 드린 것만 봐도 아버지 입다의 신앙과 마음을 얼마나 잘 알고 있었으며, 이는 평소 입다가 자신의 상처를 딸에게 전가하지 않고 사랑과 신앙으로 키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후 입다는 에브라임까지 격파하며 민족의 영웅이자 하나님께 기억된바 되는 사사로 인정받는다. 상처는 과거이다. 그래서 그것을 현재 어떤 에너지로 승화시킬 것인가는 나의 몫이다. 과거의 상처조차 현재의 자양분으로 승화시키도록 기도하고 결단하는 성숙한 우리가 되길 소망해 본다.
하인명
renmi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