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갱년기
열심히 공부해야만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강력한 뜻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대처에서 할머니와 함께 유학생활을 했다. 그래서 엄마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시험이 없거나 바쁘지 않은 주말뿐이었다. 주말에 가끔 만나는 엄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투정과 어리광뿐이었다. 엄마는 어린 딸아이를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온갖 투정과 어리광을 다 받아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온갖 투정을 부리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위로 대신 단호한 말씀을 던졌다.
“더 이상 너의 투정과 어리광을 못 받아주겠다. 나도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이제 너도 웬만큼 컸으니까, 엄마에게 투정 그만 부려라.” 라고 하셨다. 너무 충격적으로 변해버린 어머니의 모습 때문에 몇 달을 집에 가지 않았다. 그 이후 어머니와의 관계는 꽤 오랫동안 서먹하게 지속되었다.
세월은 흘렀고 나에게도 우리 어머니와 같은 중년의 삶이 찾아왔다.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땀과 수일동안 뜬눈으로 지내야 하는 불면의 밤, 불안과 초조함은 수시로 찾아왔고 온 만신이 녹아내릴 듯한 고통과 우울증상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야하는 시절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인생이 허전하기만 하고, 도대체 ‘나는 누군가?’ 하는 생각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런 힘든 시기를 겪는지 알 턱이 없는 가족들 간의 전투와 딸과의 모녀대전이 하루걸러 한 번씩 시작되었고, 급기야 집을 떠나 먼 곳으로 사라져야겠다는 생각과 자살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이 찾아왔다. 혼자서는 절대 극복하기 어려운 시기에 도움이 된 것은 지극한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언제나 생글거리며 웃고 힘이 되는 어머니일거라는 생각은 그만해야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찾아오는 생리적인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가족들이 되기 바란다.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살아온 어머니의 인생을 인정하고 어머니가 가족들의 따뜻한 말과 사랑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힘쓰자.
오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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