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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듯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랑

820호 · 2015-11-13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광고에서 혹은 영화에서 나왔던 명대사 중의 한마디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변심을 앞에 두고 절규하는 주인공의 메시지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나?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원망과 배신감이 듬뿍 담긴 말이다.

이렇듯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따져 묻지만,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될까? 거친 파도를 마주하는 절벽도 세월의 흐름 따라 그 선이 완만해가고, 바닷바람을 마주하는 나무들은 바람결에 따라 서서히 그 뿌리와 줄기와 가지를 바꿔나간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전도서의 말씀처럼(전1:9), 이 땅에 있는 것들은 처음의 모습 그대로 온전히 그 형체를 유지하지 못한다.

인간들의 사랑은 어떨까? 연인간의 사랑, 친구간의 우정, 사제지간 등등 모두 조금씩 서로의 관계에 따라 그 색과 깊이가 달라진다. ‘내리사랑’이라는 부모님의 사랑도 다르지 않다. 보호와 관찰 속에서 레이더망을 좁히지 않던 부모님의 시선은 자녀의 성장과 함께 그 폭과 깊이가 넓어진다.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대신 자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을 위해 믿음과 사랑으로 기도하며 묵묵히 응원하신다. 자녀의 졸업이 거듭되고 자녀가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갈수록 부모님의 자리는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모님의 사랑은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진다. 울창한 나무숲의 그림자가 더 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사랑은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서로 반응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깊이와 폭을 달리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사랑은 어떨까? 우리는 대개 우리가 느끼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나님을 느끼고 표현한다. 은혜와 축복의 순간에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크게 기뻐하다가도, 시련과 고난의 순간이 되면 하나님의 사랑이 떠난 거 아니냐며 애타게 울부짖는다. 내 인생의 고저(高低)에 따라 하나님의 사랑의 크기도 달리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단지 내가 요동할 뿐이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연인을 한 번 돌아보자.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사랑의 빛깔은 지금 어떤 색인가? 혹시 그들의 사랑이 변했거나 작아지고 있다고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서로의 사랑이 서로에게 어우러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바닷가의 나무 방향이 바람의 방향을 알리고, 물가에 있는 바위의 형체가 물의 흐름을 이야기해주듯이, 지금 우리의 방향이 가장 합당하고 알맞은 것임을 서로의 사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를 가장 편안한 상태로 만들기에 그들의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 뿐이다. 마치 하나님의 사랑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1:11).

전훈지

pp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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