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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을 되돌려 주신 주님

797호 · 2015-06-05

15년 전, 그때까지 나는 평생에 감기 한번 걸려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체중이 빠지기 시작하며 치아가 흔들렸다. 병원을 찾았더니 당뇨병이라고 하였다. 약만 잘 챙겨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 조절 잘 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하고 12년을 살았다. 당뇨병 진단을 받긴 했지만, 정말 건강한 사람처럼 12년을 살았다.

그렇게 정상인처럼 당뇨병을 잊고 살던 몇 년 전이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눈앞에서 작은 먼지가 떠다니기 시작하더니 그 먼지는 하루살이만큼 커져갔고, 어느 날 아침엔 큰 바위 조각이 눈앞에 둥 떠 있었다. 그래도 괜찮겠거니 하고 동네 안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받았는데, ‘망막전막’이라는 당뇨 합병증이었다. 병원에서는 서둘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실명이 될 것이니 종합병원을 가보라고 하였다.

그 즈음에 아이들 중간고사 기간이 겹쳐있어서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실명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상태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그 순간부터 애통의 기도를 시작하였고, 나도 수많은 기적의 주인공처럼 목사님의 안수로 눈이 낳을 것이라는 믿음만은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시력이 점차 악화되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업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앞이 안보여서 수업을 못하겠다는 내색을 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등산 스틱을 손에 들고 더듬거리며 한강 산책을 하면서도 가족에게 눈이 점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시력의 악화를 조용히 감당하면서 혼자만의 탈출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너의 주님이 어디 있냐?’고 낄낄거리는 비웃음의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딸을 비롯한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실명한 채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요양기관에서 산다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설교말씀이 귓전을 울렸지만, 실명 상태로 목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지옥인데 달리 더 생각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죽음을 작정하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찾아 나선 곳은 제주도 송악산 부근의 절벽이었다. 햇살이 유난히 반짝거리고 따스했던 날, 바다에 들어가면 죽음의 고통이 덜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송악산 벼랑 끝을 향해 걸어갔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울음을 참았고, ‘주님 저에게 다시 눈을 되돌려 주실 수는 없나요?’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절벽 앞에 서 있는데 문득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배를 타고 떠난 먼 여행길에 나그네가 밀감이 먹고 싶어서 간절히 기도했더니 배의 주방장이 그 기도를 듣고 감동을 받아 밀감을 나그네에게 가져다주었다’는 말씀이었다. 주방장의 손길도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말씀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나에게 찾아온 “유레카”의 순간이었다. 그동안 그토록 간절하게 눈을 되돌려 달라는 나의 기도를 하나님이 무심하게 모른 척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나도 배의 주방장 같은 의사 선생님을 찾기만 한다면 먹고 싶던 밀감을 받은 나그네처럼 사라져가는 눈의 시력도 되찾을 수 있는 응답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갈이 이스마엘을 위해 물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을 때 우물이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처럼, 수술준비를 위한 일체의 검사를 받은 종합병원을 뒤로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정직하게 선생님께 고백을 했고 진심으로 도움을 청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대 위에서 울고 있는 나의 이마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셨다. “주님, 제 손이 주님의 손이 되게 하셔서 자매님의 눈을 건강하게 돌려주시길 기도합니다. 아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나의 눈은 최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평생 지금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죽음의 목전에서 유레카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목사님의 설교말씀덕분이었고,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떠올랐던 것은 주님의 인도함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늘 아버지처럼 간절함으로 다가오는 목사님의 말씀은 죽음에서 나를 살리는 힘이 되어주셨다. 지금의 건강한 눈으로 회복시켜주신 주님께 진심으로 영광을 돌린다. 주님 사랑합니다. 목사님, 죽어서도 목사님의 은혜를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오자유

oh 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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