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살지 마라!
조적팀 데모도(기공 보조). 지난 1997년 기도원 공사 이후로 건축현장에 봉사하러 가면 어김없이 주어지는 역할이다.
조적이란 벽돌을 쌓는 작업을 말한다. 그러니 모든 일은 기공(기술자)들이 다 알아서 할 것 같지만 사실 데모도도 나름 챙겨야 할 일, 신경 쓸 일도 많다. 기공이 출근하기 전에 그 날 작업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고, 작업이 다 끝나도 다음 날 작업을 위해 단도리(사전 작업)를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 때문에 조적 데모도가 챙겨야 할 도구들도 상당하다. 그중에 별 볼일 없어 보이면서도 정작 없으면 상당히 불편한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멘트 봉투다. 사모래를 옮겨 담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고무통, 바케쓰, 마대자루 등등 이것저것 다 써봤지만 단연 이게 최고다. 가벼운 데다 옮기기에 딱 알맞은 양이 들어가고, 게다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점이 여럿 있는 반면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종이 재질이다 보니 물기에 약한 것이다. 모래가 젖어 있는 경우나 거친 작업 현장 때문에 금방 너덜거리기 일쑤다. 쉽게 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기공이 더 붙어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 이 또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이곳저곳 다른 현장을 기웃거리며 봉투를 주워 모았다. 작업 틈틈이 젖은 봉투는 네모난 깡통에 불을 피워 말려가며 조심조심 사용했다. 한 장 두 장, 그렇게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어느 새 봉투가 한 가득이다. 사람 마음이 참 우스운 게 이것만 보아도 내심 뿌듯해진다. 일명 깔깔이(자동 렌치)와 삽, 그리고 기타 장비들도 넉넉하게 꼬불쳐(?) 두고 나면 고단한 환경에도 마음만은 넉넉하기만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 끝이 있는 법. 건물이 완성되면 현장을 정리하고 사역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몇 달간 고락을 함께 한(?) 장비들도 내려놓아야 한다. 사역의 자리에서는 더 이상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아가며 알뜰살뜰 모아놓은 시멘트 봉투와도 이젠 안녕이다. 가져가야 한낱 쓰레기로 전락할 뿐이다. 다 내려놓고 가야 한다. 그래…, 그렇다. 인생이 그렇다.
그런데 우리네가 참 어리석다. 다 내려놓고 가야 할 것들 때문에 아득바득 안달을 한다. 정작 하늘 아버지 집에 가져갈 수도 없고 소용도 없는데, 돈이 뭔지 직위가 뭔지 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목을 맨다.
사도 바울은 ‘당신의 모든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라’(고전15:58)고 권면한다. 만약 이 땅에서 수고한 모든 것이 마지막 순간 헛될 뿐이라 평가받는다면 어떨까! 인생 참 서글퍼질 것이다. 김도향씨의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곡에 이런 소절이 있다.
‘흘려버린 세월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뒤늦은 후회다. 그리고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다. 당신은 바보처럼 살지 마라! 장래에 당신 스스로를 위해 좋은 터를 쌓는 지혜로운 청지기가 되라(딤전6:19)!
신현명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