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힘
몇 년 전 응급의학과 세미나에 스텝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마지막 연사로 외상센터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던 한 교수가 있었는데, 얼마나 간절하게 참석자들을 설득했던지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교수가 궁금했던 나는 같이 참석한 주변인에게 그가 어떤 분인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괴짜 중에 괴짜다’, ‘너무 외상센터에 목을 맨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의 열정이 주변인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하지만 얼마 후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입고 위독했을 때 많은 의료진이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는 소식이었는데, 이때 이송을 비롯해 수술, 완치를 이뤄낸 의사가 바로 그 교수였다.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니 이런 위기에 순간에 빛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이후 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훗날 인터뷰를 통해 그가 남긴 명언에 나는 또 한 번 감동했다.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의 명부다.”
그렇다. 우리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열정을 가진 사람은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자 적당히 할 줄 모르는 불편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신앙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 우리를 피곤하고 힘들게 한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도 그렇게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 다윗은 춤을 추어도 아랫도리가 드러날 정도로 추는 사람이고, 찬양을 해도 악령이 쫓겨 나갈 정도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열정의 사람이었다. 훗날 아들 솔로몬도 그의 열정을 그대로 물려받아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도 일천번제를 드리며 열심을 다해 예배하는 자가 되지 않았던가?
또한, 복음 전파에 열정이 충만했던 바울은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고(고후5:13), 이 세상 환난이나 곤고(困苦)나 박해나 굶주림이나 헐벗음이나 위험이나 무력도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8:35~39)’고 고백하는 자였기에 매를 맞고 굶주리고 모함을 받아도 그 열정으로 소아시아를 변화시키고, 로마를 거쳐 세계 복음화를 위한 기초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막12:30)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하나님도 우리를 사랑하시되 열정적으로 사랑하셨기에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내려오셔서 십자가를 지셨던 것이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열정인 십자가를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님께 드려야할 십자가는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그리고 열정을 가진 자들을 불편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하고 힘을 더하여 하나님 나라의 임재에 디딤돌이 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하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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