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사람을 거울삼자
“흉보기가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보소시집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살이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흉을 잡아내네.” 우리의 고전 문학 작품인 ‘용부가(庸婦歌)’라는 노래이다. 시집간 아낙네의 바르지 못한 거동들을 열거하고, 그 여인처럼만 살지 않으면 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작품으로, 조선 후기 우리 선조들의 재치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교훈은 바로 ‘타산지석(他山之石)’, 곧 상대방의 얼굴에 묻은 얼룩을 보고 내 얼굴을 닦을 수 있는 지혜와 현명함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타인에게 손가락질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면서 내가 바로 서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도 그런 인간이 한 명 있다. 그녀는 한마디로 줏대 없는 인간이다. 주위 사람들의 취미활동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마치 자신이 그 분야의 권위자인 양 잘난 체한다. 그 친구의 줏대 없음은 끝이 없어서 후배의 논문 주제를 도용하는 데에도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 친구의 결정적인 특징은 남의 말하기를 즐겨한다는 점이다. 주변사람들의 최근 근황부터 친구들이 사적으로 털어놓은 고민들까지 가감 없이 여기저기 말을 흩뿌리고 다닌다. 그래서 그녀의 사교적인 언행에 혹했던 학우들이 서서히 그녀의 진면목을 알아채면서 이제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녀의 화사한 얼굴에 진심으로 다가갔다가 점차 멀리 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면서 깨달은 점이 있었다. 그녀의 허세 가득한 SNS 포스팅을 보고 나를 돌아보았다. 이런 저런 이론서를 읽는다며 소란스러운 그녀를 보면서, 내가 지금 하는 연구에는 거품이 끼지 않았는지 점검해보았다. 타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생각 없이 내뱉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무심결에 남의 말을 하지 않도록 입에 재갈을 물었다. 어느 순간, 내가 그녀의 행동거지들을 절대로 따라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주변의 인물을 보고 달라지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성경 속의 인물인 요셉이나 야곱, 한나나 에스더를 모델 삼아 그들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어리석은 삼손이나 성급했던 입다를 거울삼아 좀 더 진중한 삶의 태도를 가지려고 기도하는 것 모두 그들을 모델삼아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허세 가득하고 말 많은 그녀를 보고 나를 돌아보는 것도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은 누구에게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 학교나 직장, 동호회 모임 등, 여러 곳에서 우리는 ‘용부’같은 사람들을 마주치곤 한다. 그들의 행실에 손가락질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며 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 그것이 바로 우리가 더 아름답고 존경받을 만한 크리스천이 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