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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아버지

737호 · 0000-00-00

오래 전, 여러 후배들과 가족 나들이를 간 적이 있었다. 식사를 하던 중, 한 후배의 아들 녀석이 대뜸 “우리 아버지가 무능해서 군대를 가야한다.”고 툴툴거린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군 입대와 아버지의 무능함이 무슨 상관인지 물어보았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자기 친구는 아버지가 잘 나가고 능력 있는 분이라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데, 자신은 아버지가 능력이 없어서 군대를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불과 초등학교 5학년인 그 친구는 아버지의 능력으로 군 면제를 받는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새삼스러운 사실이 두어 가지 있었다. 세상물정 모를 것 같은 초등학생들도 군 입대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군 복무의 사명감이나 목적도 모르면서 아버지의 무능함을 탓하기만 하는 아이의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그 일 이후, 몇몇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청소년들 대대수가 군대를 가야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인즉,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반세기가 넘는 시절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휴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어른들이 그럴진대, 어린 자녀들이 우리나라의 분단을 실감할 수나 있을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황금 같은 청년 시절을 군에서 보내야한다 억울해 하고 있다.

지금도 한반도의 휴전선을 경계로 걸핏하면 전쟁 운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현실에 대해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반세기가 넘는 동안 우리 모두는 불감증에 걸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긴박한 시국을 살면서도 ‘5월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회’의 소식과 그 중요성에 둔감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통일에 무심하게 살아왔다. 그러다 문득 우리의 자녀들이 끔찍한 전쟁의 희생양이 두 번 다시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당면한 현실을 보았을 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통일이며, 그것도 평화롭게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녀들의 부모로써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침이면 조용히 기도실에 앉아서 주님께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5월에 있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회’에 하나님의 응답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오자유

oh 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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