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라
아들아!
새해부터는 일기를 써 보거라. 매일 일기 적기가 솔직히 쉽지는 않지. 그러나 간단히 하루를 메모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단다.
매일 일기를 쓰면 뭐가 좋을까 생각해보자. 오래전부터 매일 일기를 써온 내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일단은 은혜를 잊지 않게 된단다. 나는 내게 도움을 준 사람이나 은혜를 준 사람, 또 내게 선물을 준 사람을 다 일기에 기재한다. 가끔 일기를 뒤적이다보면, ‘아! 맞아, 이 사람이 그랬었지’ 하고 다시 한 번 감사하고 기억하게 되지. 또 일기를 쓰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와 축복도 되새기게 되니 살다가 어려운 순간이 와도 불평하지 않게 된단다. 또 그동안 기도 응답 받은 것도 알게 되니 혹여 응답이 더디 오더라도 낙담하지 않지. 그래서 일기는 값진 자산이 되는 거야.
일생을 한 권의 자서전을 쓰는 것이라고 본다면, 일기는 우리의 자서전을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자습서가 되고, 나를 비춰주는 마음의 거울이 되지. 나를 뒤돌아봄으로 반성하고, 다듬고, 절제하고, 추스를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우리 교단의 많은 목회자들에게 꼭 일기를 쓰라고 몇 번이고 말한단다. 몇 명이나 듣고 실천하고 있는지….
아들아!
에스더서에 보면 아하수에로 왕이 어느 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신하에게 역대 일기를 읽으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워서 일기를 듣다보면 잠이 들 것이라 생각했겠지. 그런데 신하가 좀 오래 전의 일기를 들춰 읽는데, 아하수에로 왕이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단다. 과거의 끔찍한 사건이 기억났기 때문이지.5년 전 쯤에 왕의 문을 지키던 두 내시가 왕을 모살하려던 일이지. 다행히 모르드개가 이를 먼저 알고 왕에게 밀고하여 그들을 처단한 사건이었지. 모르드개가 아하수에로의 목숨을 건진 거야.
아하수에로 왕은 그동안 그 사건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일기를 듣고 생각이 난 거야. 그래서 신하에게 물었단다. “여봐라. 모르드개에게 합당한 상이 내려졌느냐?” 그런데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는 거야. 아하수에로 왕은 참으로 황당했지. 자기 목숨을 건진 사람에게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니…. 그래서 날이 밝기가 무섭게 하만에게 공로자를 위한 보상계획을 세우라고 했고, 원수인 하만을 통해 모르드개가 높임을 받는 역전의 드라마가 써진 거란다. 더 나아가 에스더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는 역사적인 연출이 이루어진 거지. 이는 물론 하나님의 섭리요, 하나님의 뜻하신 바이지만, 일기라는 매체를 통해 발단된 거 아니겠니?
너의 때도 그랬지만, 아비의 국민학교 시절에도 방학이면 선생님은 그림일기를 쓰라고 숙제를 내주셨지. 정말 그게 제일 힘든 숙제였던 걸로 기억되는 구나. 방학 내내 일기를 안 쓰다가 개학이 다가오면 거짓 일기 쓰느라 고생 많이 했지. 날씨까지 적어야하니 정말 힘들었단다. 그러나 지금 뒤돌아보니 왜 선생님이 굳이 힘든 숙제를 내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단다.
이제라도 일기를 써봐라. 너무 버겁게 생각하지 말고 간단히 중요한 일만 적으면 된다. 분명히 그게 나중에 너의 큰 재산이 될 것이고, 너의 발자취가 될 거야.
朋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