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낚시
어렸을 때의 기억들, 아련한 추억들,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의 시간들. 유월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기분 좋은 기억들, 우리 아버지와 낚시.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하셨다. 물론 나도 낚시를 좋아한다. 뭐 거창한 바다낚시나 어느 영화에서처럼 메트로놈을 켜놓고 지휘하듯이 하는 플라잉낚시는 아니다. 원래 그러셨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바다낚시, 노지낚시, 어망으로 낚시를 하지 않으셨다.
5월에서 9월 사이, 아버지와 나는 엄마 몰래 준비한 신상 낚싯대를 들고 우리의 성지인 춘천댐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몇 배에 가까운 낚싯대와 이삿짐을 방불케 하는 짐을 들고서. 기껏해야 1박2일의 여행이었음에도 아버지와 난 항상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손맛보다는 그 곳의 공기를, 하루면 무너뜨릴 낭만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너울대는 호수를 좋아하셨고, 산들대는 바람을 즐기셨으며, 밤과 새벽 사이의 별빛들과 안개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자대가 휘청할 정도로 낚싯대를 여러 개 펼쳐 놓고 있으면서도 물고기를 가지고 집에 돌아온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무사히(?) 입질 없는 밤을 보내면 아버지와 난 조금은 더 성장한 사람처럼 새벽을 맞는다.
자연의 소리를 충분히 만끽하고 힘들었던 일들은 지워버린 채, 물고기들에게 상처주지 않음을 뿌듯해하고 이 모든 여행의 과정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우리의 손맛 없는 낚시 여행을 기분 좋게 끝낸다. 이것이 아버지와 나의 낚시여행규칙이었다.
언제나처럼 유월은 돌아오고 낚시의 계절은 찾아왔지만 지금 내 곁에는 아버지가 없다. 시집올 때 가져온 내 추억들은 베란다 한 귀퉁이에 정리되어 있지만…. 이제 나도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있다. 그 시절 아버지의 나이가 된 것이다. 이제 슬슬 움직일 때이다. 유월이 시작되었고 지난겨울에 틈틈이 찌도 깎아 놓았다. 손맛 없는 자대를 그려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했던 아버지를 그려본다.
그리움…. 언제나 함께할 것만 같았던 아버지, 좋은 추억도, 힘들었던 순간도 모두 그리움으로 변한다. 아버지와의 좋은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리움은 남지만, 후회는 남지 않았다. 그리고 새삼 깨닫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선물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지금 더 많이 행복해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열심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움이 아쉬움이 되지 않게, 후회에 묻혀 그리움이 지워지지 않게.
내 마음의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남길 수 있도록, 또 훗날 누군가가 나를 향해 그리움이 남을 수 있도록,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리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사하리라. 그리고 노래하리라. 이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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