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으신 목자
우연히 색 바랜 사진첩을 보다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며 시간이 정말 빠름을 실감하였습니다.
총회장 목사님을 통해 믿음의 진정한 눈을 뜬 후, 가정을 이루고, 하나님의 은혜로 일본선교지로 나가 사역을 감당하며, 때로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주의 일을 하는 행복함으로 저희 부부가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감사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한번은 교회 집세가 밀려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건을 빼고 건물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목회는 무릎으로 하는 것’이라는 목사님의 가르침대로 저희 부부는 밤마다 젖먹이 두 어린아이를 성전 한 곳에 재워 놓고는 무릎 꿇고 밤이 맞도록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 첫 마디가 “내 마음 변하기 전에 교회 계좌번호부터 불러 보십시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니 그는 동경에 있는 집사인데 중국선교에 뜻이 있어 선교헌금을 위해 열심히 은행에 저금했었답니다. 시간이 지나고 목표했던 금액이 다 모여 기뻐하고 있는데, 기도 중에 주님의 음성이 “너 그 돈 보낼 곳이 있다. 오키나와에 있는 예수중심교회에 어서 보내라.”고 들렸답니다.
그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 모은 돈인데 알지도 못하는 곳에 왜 보내야 하냐?”며 불순종 했는데, 그 후로 꿈을 꿔도, 기도를 해도 재촉하는 주님의 음성으로 인해 편히 잠을 잘 수 없어 수소문 끝에 교회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음 날 저희가 은행에서 출금한 금액은 더함도 모자람도 없는 십일조와 밀린 3개월 집세를 낼 수 있는 액수였습니다. 복음 전하러 가야하는데 도로비가 없을 때는 전단지를 돈으로 변화시키는 기적까지, 기도할 때마다 단 한 번도 외면하지 않으시고 말할 수 없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하시며 함께해 주셨습니다.
10년 가까운 선교생활 동안 활동비가 없었기에 주머니에 현금을 갖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외상 십일조 노트’였고, 물건이 생길 때마다 기록해 두었다가 현금이 생기면 제일 먼저 밀린 십일조부터 계산하였습니다. 비록 음료수를 달라는 아이에게 생수로 대신 달랠 수밖에 없었지만, 어쩌다 돈이 생겨도 하나님께 먼저 드리기를 즐겨하던 남편(故 박진수 목사)이었습니다.
그토록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리기를 원하던 남편을 1년 전 하나님 나라에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잠시의 이별이라지만 그 충격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 영혼을 돌려보내달라며 하나님께 울며불며 매달리고 있을 때, 문득 누워 있는 남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얼굴에선 빛이 났고 행복한 모습으로 미소까지 짓고 있었습니다. 전 그 순간 기도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곳이 얼마나 좋았으면 저리도 행복한 모습으로 누워있을까? 간절히 소망하던 곳이 아닌가? 그런데 이곳으로 다시 돌려보내 달라니 이것은 단지 나의 욕심을 위한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육체적 부활은 없었으나 하나님은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위로와 축복을 허락하셨습니다. 식어가던 첫사랑을 부활시켜 주셨고,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걸리던 어린 삼남매가 오히려 믿음이 더 자랐습니다. 마냥 어린아이 같기만 하던 아이들이었으나 의젓한 모습으로 서로를 챙겨주고 되레 엄마인 저를 위로하며 챙깁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가는 마지막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땅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리인지 확실히 보고 배웠다고 합니다. 삶을 통해 몸소 행함으로 자녀들에게 하나님만 의지하는 법을 가르쳤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믿음의 길을 가르쳐주며 이 세상 그 어떤 부귀영화보다 값진 믿음의 유산을 물려준 아버지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총회장 목사님과 같은 훌륭하신 분이 할아버지가 되어 주시고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니 아버지와 목사님께,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함을 잊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합니다.
지금 저는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하나님과 목사님의 사랑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선교지에서도 부족함 없이 지켜 주셨던 하나님, 지금도 여러 모양으로 부족함 없도록 사랑의 손길을 허락하시니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부족한 모습 이대로 변함없이 사랑해주시고 주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주님과 목사님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박경원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