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시는 하나님
송초현 전도사가 집회에 오기 전 꿈을 꾸었단다.
김성자 전도사가 단에서 찬양을 하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목사님이 안수하여 일으키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60 중반을 넘은 연세라 외국에 다니는 일조차 만만치 않은 일일 텐데, 사명으로 알기에 기쁨으로 찾아오는 김 전도사의 모습은 늘 감동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달 파라과이(Paraguay) 집회는 오지 못할 거 같다는 그녀의 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파라과이로 가는 길은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Argentina)로 가서 다시 국내선과 차량을 통해 국경을 넘는 멀고도 험한 길이기 때문이다. 목사님도 사실 무리가 가는 여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꿈을 주신 것은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며 기도하라는 뜻이기에 우리는 김 전도사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탐피코(Tampico) 도착 첫날 저녁에 지역 목회자들은 목사님과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만찬을 열어주었다. 그 자리에 한 의사 부부가 참석하고 있었다. 남편인 호세(Jose Luis Silva)는 정신과 전문의이고, 아내인 알리사(Alica Pena Saldivar)는 산부인과 전문의란다.
아들과 함께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그 부부는 목사님을 통해 은혜를 받았다며 그 자리에서 1,000달러를 헌금하는 것이었다. 집회에 임하는 목사님의 각오, 그리고 만찬에서 보여준 목사님의 소탈한 모습이 그들 부부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 같았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목사님을 대접하며 우리를 도왔다. 이번 집회에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람들이 분명했다.
그런데 기어이 송 전도사의 꿈대로 김 전도사가 탈이 나고 말았다. 연일 찜통 같은 더위와 습한 날씨로 힘들어하더니 혈압이 170까지 오르고 호흡이 어려워 산소 호흡기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목사님은 귀신을 쫓으며 기도해주시고, 호세 부부를 불러 치료해줄 것을 부탁하셨다.
김 전도사의 상태를 본 알리사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급히 의료도구들을 챙겨 숙소로 달려온 그녀는 성심성의를 다해 김 전도사를 돌보아주었다. 김 전도사는 평소 혈압이 좀 높아서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언젠가 집회 중 숙소 에어컨이 문제가 생겨 심한 열병을 앓은 일이 있었는데, 그 후로 천식기가 남아있었다고 한다.
하기야 벌써 10년이 넘은 선교 역사 중에 어떤 일인들 없었겠는가? 지나고 보면 정말 아득한 생각뿐이고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알리사의 말에 따르면, 고혈압 및 천식환자에게 습한 날씨는 매우 위험하단다. 더구나 연로한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탐피코라는 도시가 해안에 근접해있어 매우 습한 편이다. 게다가 날씨까지 더우니 김 전도사에겐 최악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목사님은 김 전도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나 김 전도사나 50대에 남미에 들어왔는데 벌써 60대가 되었다. 점점 몸이 따라오지 못한다. 더 일할 걸…. 한시라도 더 젊을 때 더 일하지 못한 게 하나님께 죄스러울 뿐이다. 젊을 때 일할 수 있다는 거에 정말 감사해라. 김성자 할멈을 보니 너무 불쌍하다. 세월은 어찌할 수 없구나.”
목사님의 기도와 호세 부부의 도움으로 김 전도사의 병세는 호전되어갔다. 다음 도시인 알타미라(Altamira)에 도착하니 습도나 기온이 탐피코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다. 호세 부부는 목사님과 우리 일행을 만찬에 초청하여 대접하는데 마리아치를 불러 흥겨운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목사님은 김 전도사를 위해 애써준 호세 부부에게 거듭 사의를 표했다. 그러자 알리사는 아주 겸손히 말했다.
“의사는 환자를 조금 도와줄 뿐입니다. 결국 치료는 하나님이 다 하십니다.”
그녀의 말이 깊이 가슴에 와서 박힌다. 겸손의 말이면서도 사실 그 말이 진리가 아닌가?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며 애쓰고 수고한다지만, 사실 다 하나님이 하시지 않는가?
목사님은 알타미라 집회 마지막 날, ‘오늘은 김 전도사가 뒤에서 찬양으로 도와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단다. 목사님의 기도대로 김 전도사는 단에 올라 찬양으로 목사님을 도왔다. 집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식사를 하는데, 김 전도사는 아주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이제는 다 회복되었어요. 집회를 하루 더한다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이 먼 타국에서 일을 당했다면 어쩔 뻔했는가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제 귀로가 걱정이었다. 아무리 완쾌되었다곤 하지만, 그 연세에 또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애틀랜타(Atlanta)에서 1박을 하고 가지만, 김 전도사는 애틀랜타에서 2시간 간격으로 필라델피아(Philadelphia) 행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걱정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멕시코시티(Mexico City)에서 애틀랜타 행 델타(Delta) 여객기가 이륙하던 중, 새떼가 달려들어 급정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고였지만, 이 일로 비행기가 2시간 연착되었고, 결국 김 전도사는 비행일정을 다음날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애틀랜타에서 우리와 함께 1박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김 전도사를 보니 깊은 감사와 함께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을 위해 모든 것을 세심히 준비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송 전도사의 꿈, 호세 부부, 그리고 멕시코시티 공항의 새떼까지도….
우리가 하나님의 날개 아래 거하며 안연한 삶을 누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