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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

627호 · 2012-03-02

칼락물(Calakmul). 이름도 생소한 멕시코(Mexico) 캄페체(Campeche) 주의 작은 도시였지만,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로 칼락물은 이제 우리 기억에 남을 이름이 되었다.

캄페체에서 차로 3시간이면 간다는 마리오(Mario) 목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은 바는 아니었지만, 점심을 먹고 출발한 우리는 해가 지고 사면에 어둠이 깔린 뒤에야 숙소에 짐을 풀 수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다. 마야 문명의 유적지 중의 하나여서 그런지, 비록 작은 도시였지만 호텔 안에 위치한 작은 식당은 관광차 찾아온 투숙객들로 만원이었다.

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인들의 친절한 양보로 자리를 잡고 나니, 낯선 한 여인이 우리 자리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이 도시의 시장 부인이라는 것이다. 수수한 모습만큼이나 그녀의 이야기에서도 여느 세상 권력자의 아내 같은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남편인 미구엘(Miguel) 시장은 원래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교사 봉급이 월 300$이고 시장 봉급은 월 2,000$란다. 그럼 당연히 시장을 계속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그녀의 대답이 놀라웠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시장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저 또한 남편의 뜻에 찬성이고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시장직을 수행하는 일이 너무 머리가 아프고, 가정을 돌볼 시간도,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도 없어 남편이 매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비록 돈은 좀 못 벌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 미구엘 시장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목사님은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감탄하시며, 그런 남편의 선택에 대해 지청구하는 게 보통의 아내들인데, 그러지 않고 오히려 지지해주는 시장 부인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고 칭찬하셨다. 그리고 우리 교회의 이관섭 박사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는 모 기업의 연구단체에 수석연구원직을 맡고 있는데, 1년에 약 1조원을 움직이는 공기업 사장자리에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던 그의 아내가 반대했다.

돈은 많이 벌어 풍족해질지는 모르나, 남편이 그로인해 건강도, 신앙도 잃게 될까 두렵다는 것이었다. 큰 이권이 오고가는 자리에 있다 보면 원치 않는 스캔들에 휘말릴 위험도 많고, 그만큼 바쁜 생활 속에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건강을 돌볼 시간도 없을뿐더러 주일 성수조차 제대로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박사는 아내의 말을 듣고 기도 끝에 그 제의를 거절하였다고 한다.

돈이면 최고인 세상, 돈이면 사람도 죽이고, 차마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는 세태에, 돈보다 가정의 행복을 찾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목사님은 저녁식사를 드시면서 먹고 있는 고기 음식보다 시장 부인의 이야기가 더욱 맛있다고 말씀하셨다.

한 어부가 있었다. 그의 일과는 아침에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기를 낚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는 술에 적당히 취해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생선찌개를 끓여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런데 그때 병이 들어 휴식을 위해 바다를 찾은 재벌회장이 있었다. 그 어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회장은 어부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이보게, 보아하니 나보단 젊은 것 같은데. 아직 세월이 창창한 사람이 이런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자네는 꿈도 없나? 더 넓은 세상에 나가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해보고 싶지 않나?”

“많은 돈을 벌어 성공하면 뭘 할 수 있죠?”

“돈을 많이 벌면 여가를 즐기며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

“그런 거라면 저는 이미 성공한 놈인뎁쇼? 보셨다시피 저는 고기를 낚으며 여유롭게 살고 있고, 이제 집으로 가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선찌개를 끓여 맛있게 먹을 겁니다. 보아하니 회장님은 병을 앓고 계신 듯하고, 가족도 없이 혼자 오신 것 같은데, 오늘 저희 집으로 가서 함께 저녁식사나 하지 않으시렵니까? 우리 집사람이 생선찌개를 아주 기가 막히게 끓인답니다.”

행복은 돈의 많고 적음에도 있지 않다. 우리 시대가 이전보다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과연 행복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무정하고 각박한 세태에 회한의 감정을 토로하며 오히려 가난했던 지난 시절을 더욱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돈을 좇다가 정작 소중한 가치들을 자꾸 잃어가는 우리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칼락물의 시장 부부가 일깨워준 행복의 조건, 돈보다 가정을, 돈보다 자녀를, 돈보다 행복을 택하라는 소박한 교훈을 되새겨본다. 돈은 분명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이나 우리가 진정 좇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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