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독인가!
FTA 국회 비준과 관련하여 ISD(Investor state dispute)에 대한 논쟁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ISD란 외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하였을 때 상대국의 정책변경 등으로 인하여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 상대국을 그 나라의 법원보다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는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 골자입니다.
즉 미국의 회사가 한국에 진출하여 사업을 하는 중, 국가의 정책 혹은 법규의 변경으로 인하여 손실이 발생되었을 때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가 맺은 81개국과의 양자간 투자협정(BIT, Bilateral investment treaty), 최근 수년간 발효된 6개의 FTA에도 적용돼 시행 중이나 지금까지 외국기업이 우리 정부를, 반대로 우리 기업이 외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그러나 유난히 제소를 즐기는 미국 기업들의 ‘호전성’ 때문에 우려를 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제기된 ISD 관련 제소(390건) 가운데 4분의1 이상(108건)을 미국 기업이 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 미국기업의 역대 승소율(미국 기업이 제기한 108건 가운데 최종판결 난 55건 기준)은 14%(15건)로 패소율(20%ㆍ22건)이 더 높았으나 미국 기업의 입장이 부분적으로라도 반영된 ‘일부 승소’까지 포함하면 승률은 60%까지 높아지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보통 ‘일부 승소’라는 게 소(訴)를 제기한 측의 요구사항을 절반 정도 들어주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로서는 소송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90년대 초반 본인이 한국산 직물을 갖고 처음으로 미국의 유수 브랜드에 공급을 시작 할 때의 일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가격과 물량은 유사 이래 가장 좋은 조건으로 수주하였지만, 일개 중개상에 불과한 본인을 비롯하여 납품공장, 거래은행은 하자 발생시 책임을 다하겠다는 소위 이행보증을 약속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결정한 바이어의 수석부사장,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대부분의 주변사람들, 특히 함께 근무하던 현지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려를 표하였습니다. “한국회사의 독자적인 능력으로 미국 유수 브랜드의 품질을 맞출 수 있을까?”, “잘못되면 손해배상은 어떻게 할 것인데?”
당시 중국회사들은 비록 품질은 낙후되었으나 50%의 싼 가격으로 공급하여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고, 또한 일본회사들은 원자재를 중국에서 조달하여 한국의 제품보다 15% 정도 비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고급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진퇴양난에 빠진 공급자의 대표이사는 임원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을 하였습니다. 비록 당시에 본인은 예수님의 존재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였으나 그분의 직권 하에 위험을 택하였고 그 결과 완전히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본 수주의 성공을 발판으로 크게 고무된 동 구매자는 이전보다 수배나 더 많은 양과 인상된 가격으로 발주하였고, 공급회사는 창업 이래 가장 큰 주문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섰다고 자랑하였던 공급처는 납기를 지키지 않고 품질상의 하자를 일으켜 본인을 비롯하여 모두가 큰 손실보상을 해야만 하였고, 내부적으로 지원하던 수석부사장 또한 인사상 문책을 피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이후 다시 3차년도 발주시점에는 재정비를 통해 정상적인 관계로 공급을 하였고, 결국 동 업체는 90년대 들어 최고의 원단가공공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때늦은 자본시장의 개방은 IMF 관리체제를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IMF의 주문에 따른 강제적인 자본시장의 개방은 외국인에게 단기간 내 큰 거래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지만 제도권 금융제도는 강화되었고, 또한 기업은 자금에 대한 질적인 관리, 무엇보다 위험에 대한 관리체제를 갖추게 하였습니다.
만일 FTA의 효력이 발생된 상황이라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경영권 매각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미국은 더욱 강력히 주장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총회장 목사님이 늘 강조하시는 “울타리를 치기 전에 울타리 헐 때를 생각하라”는 말씀과 “늘 호랑이 등을 타고 있다”라는 말씀이 다시 한 번 생각납니다.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동안에 무슨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잠27:1).
-Tom 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