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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목차 › 객원컬럼

네가 좌(左) 하면 우(右) 하리라

606호 · 2011-10-07

타고난 내성적 성향 때문에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군을 제대하며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해야할 나이에 이르렀을 때였다고 기억된다.

불투명한 미래, 새로운 환경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뭐 이런 것들로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을 무렵, 여러 가지 복합적 상황에 맞물려 나는 신앙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봐도 내가 참 복이 많다고 생각되는 것은 신앙생활의 시작과 함께 아주 좋은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재수시절, 나는 서울의 한 명문학원에서 1년간 공부했었다.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를 하기로 마음먹은 탓에 새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도 있었다. 그리고 고교재학시절 아주 싫어하던 과목도 있었지만, 이젠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학원 선생님들이 얼마나 알기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는지, 고교 3년 동안 헤매던 과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속성재배코스였던 것이다.

내가 신앙생활의 첫발을 이초석 목사님의 예수중심교회에서 하게 된 것은 바로 신앙의 속성코스를 밟게 된 행운이었다.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또 먼 길을 돌고 돌아야 했을지 모른다. 예수중심교회에 들어와 성령을 받고난 후, 성경을 읽을 때마다 그게 믿어지는 것이었고, 하루하루가 감격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그런 와중에 또한 내가 그토록 걱정하던 사회생활의 두려움조차도 하나님께서는 아주 단순명쾌하게 해답을 주셨다. 하나님은 나의 생활을 구속하시는 사감선생이 아니라 나의 든든한 후원자로 어디서든지 강하고 담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셨다. 사람들과의 사이에 생기는 복잡한 일들로 고민할 때, 하나님께서는 잠언 말씀으로 응답해주셨다.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로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잠16:7).

내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싫어하던 사람들조차도 나와 화목하게 해주신다는 말씀이었다.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찌해야할까 골몰하지 않아도 내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인생에 크나큰 지침이 되어준 사건이 성경에 나온다. 바로 아브라함이 조카 롯과 결별하며 했던 선언이다.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창13:9).

이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확실한 믿음이 바탕이 되었기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어느 누가 눈앞에 펼쳐질 풍요로운 미래를 두고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삭막한 광야의 길을 택하겠는가? 이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었고, 그 약속이 자기와 함께 한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이러한 아브라함의 결단을 요한다. 나 또한 교회 밖에 있을 때 내가 꿈꿔왔던 화려한 미래를 신앙생활과 함께 접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의 미련은 가끔씩 나를 괴롭히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아브라함의 그 의연한 목소리는 나를 다잡아주었다.

그런데 그리 넓게 보지 않아도 지극히 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조차 아브라함의 말은 자주 적용되었다. 교회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것을 차지하고자,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다투는 것을 본다.

그러다 사람도 잃고 차지하고자 했던 것조차 남에게 뺏기거나, 비록 차지했다손 쳐도 뭔가 공허해 보이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경우를 보곤 했다. 차라리 아브라함처럼 담대하게 양보했더라면, 사람도 얻고, 비록 늦은 것 같지만 목적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대인관계 속에서 이런 사건들을 흔히 본다. 늘 양보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조금도 헛되이 떨어지지 않는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으로 괴로워하고 있는가? 분쟁이 싹트고 있는가? 하나님을 기쁘게 하실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고, 아브라함처럼 의연한 자세로 가슴을 열어보기 바란다.

세상 사람들은 약속도 보장도 없기에 먼저 차지하려고, 더 차지하려고 이전투구(泥田鬪狗) 한다 치자. 그러나 우리는 분명한 하나님의 약속을 기업으로 받은 천국시민들 아닌가. 조금만 더 마음을 넓히고, 조금만 더 시야를 크게 하고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천국시민의 안목을 키워감이 어떨까?

Henry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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