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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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호 목차 › 객원컬럼

안방으로 모셔 들이자

603호 · 2011-09-16
“볼찌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계3:20)

그분의 음성을 듣고 내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어드린 지 어언 20여년이 지났다. 그분은 주위의 여러 지인들을 통해 무수히도 내 문을 두드리셨다. 초등학교 시절, 시골 작은 집에 놀러갔다가 처음으로 작은 어머니의 강권에 교회마당을 밟았었다.

그때의 기억이라곤 여름성경학교에 갔다가 우리에게 찬양과 율동을 가르쳐주던 아리따운 여교사만 가슴에 담고 온 게 다였다. 그러다 나중에 큰형이 대학에서 네비게이토선교회 활동을 한다면서 교회로 끌고 가 한동안 집식구 모두가 예배당에 드나든 적도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신앙심 깊은 형수 등살에 또 예배당에 끌려 다녔다. 그 때는 예배시간에 잠만 자다 온 기억밖엔 없다. 예수께서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 내 문을 두드리신 것은 분명한데 나는 전혀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뿐더러 들으려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분은 노크를 멈추지 않으셨다. 우리 가족의 신앙생활이 시들해질 무렵, 그분은 작은형을 강력하게 사로잡으셨다. 결혼 후 작은 형수와 교회를 다니기로 약속한 터라 이왕 다닐 거면 좀 제대로 다녀보자 작심한 작은형은 당시 거주하던 광명시 철산동 일대에 있는 교회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작은형 또한 형수 등살에 교회에 끌려 다니긴 했지만, 예배시간에 졸다 오는 것은 나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 단지 교회에 나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목자를 찾아보자 결심했던 모양이다. 당시 형 집에서 기거하며 대학을 다니고 있던 나는, 어느 날 흥분해서 들어온 형을 보게 되었다.

기존의 교회들하고는 차원이 다르게 설교가 가슴을 치더란다. 그러더니 형의 모습이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목은 늘 쉬어있었고, “탕자처럼 방황할 때”를 수시로 불러대며 하나님을 불렀다. 형의 그런 급작스런 변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작은형 성화에 못 이겨 한번 그 교회에 끌려갔다가 4시간을 넘게 계속되는 예배에 학을 띠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스피커 소리는 얼마나 크던지 지하의 작은 성전이 쩌렁쩌렁 울려대고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조차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교회가 당시 철산동에 소재했던 이초석 목사님의 한국예루살렘교회였다.

작은형의 변화와 함께 집안에 불어 닥친 환란의 바람, 내 인생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등이 겹쳐 고민하던 나에게도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아니 단지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온 가족의 문제를 공동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신앙의 힘으로 뭉쳐야했다.

차례차례 온 가족이 예수를 영접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불어대는 환란의 바람이 잠잠해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가족 모두가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내가 어찌하다 목사님의 손에 붙잡혀 여기까지 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20여 년을 오는 동안 어찌 마음에 부대낌이 없었을까만, 그때마다 나를 붙잡은 것은 어쨌든 나를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고, 그분의 인도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분의 말씀보다 먼저 내가 움직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란 생각이었다.

내가 처음 그분의 두드림에 내 마음 문을 활짝 열고 그분을 모셔 들였을 때, 분명 그분은 나의 전부였고, 내 온 영혼이 그분을 향해 있었다. 정말 그분 말씀처럼, 나는 그분과 더불어 먹고 기뻐하고 사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그런 불같던 사랑이, 그분만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 솟고, 하늘을 우러러 손만 내밀면 그분의 손이 잡힐 듯 사무치던 그리움이 점점 메말라가고, 타성에 젖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그나마 항상 불같이 타오르는 목사님 옆에 있으니 이만이라도 한 게 다행이다 싶다.

처음에 그분은 내 안에 들어오셔서 분명 내 안방침실에 거하셨던 거 같은데 지금은 건넌방, 아니 문간방에 가계시는 건 아닌지, 거기서 깊이 주무시고 계신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이르러 소스라치게 놀란다. 정신이 번쩍 난다. 내 일이고 뭐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어서 그분을 깨워야지. 어서 그분을 안방으로 모셔 들여야지.

주님, 저를 용서하시고, 이제 다시 말씀하소서. 나의 전부가 되어주소서. 나는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는 나의 진실입니다.

-Henr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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