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먼저 지면을 빌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콜롬비아(Colombia) 보고타(Bogota)의 영적 전쟁을 대승으로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리고, 아울러 본국에서 금식하며 기도해주신 모든 성도님들께 주의 이름으로 감사를 드린다.
해발 2,640m의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해발 2,240m의 멕시코시티(Mexico City)를 이미 경험해본 터라 고산지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한국으로부터 하루를 넘게 날아온 장거리 여행으로 이래저래 시작부터 쉬운 길은 아니었다. 숨이 가빠지고 뇌압이 차올라 속까지 더부룩해지는 기분은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겐 사실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도시는 지하철 및 중앙차선제를 도입하는지 처처에 공사현장이 벌어져있어 극심한 교통체증은 물론이고, 매우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테러위험 때문인지 호텔주변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어 출입자들을 감시하는 듯했다. 오랜 내전과 마약밀수출로 악명이 높아진 국가 이미지 때문에 콜롬비아 인들은 주변국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해외여행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한다. 한 나라를 경영하는 국가 엘리트들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다.
고메스(Gomez) 목사는 한국방문에서 받은 융숭한 대접을 결코 잊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는 정말 지극정성을 다해 목사님과 우리 일행을 예수님을 영접하듯이 대접해주었다. 상원의원인 그는 경찰 및 경호원 등 10여명의 요원들을 보내 목사님을 밀착 경호해주었고, 우리 일행을 자신의 농장으로 초대하여 손수 음식을 대접하질 않나 최고의 숙소에 식사전담 직원까지 투입하여 일일이 챙겨주는 것이었다.
그 스스로도 목회 40년 동안에 이렇게 섬기는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이것이 모두가 한국에서 고메스 목사를 예수님처럼 최고로 대접했던 우리 성도들 덕분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6:31)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만고의 진리다.
그러나 우리는 대접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아니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가 살아 계시다는 것을 증거하러 온 하나님의 사자들 아닌가. 더군다나 콜롬비아 첫 입성이라는 대업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타 집회의 성공, 곧 영적 전쟁의 승리다. 우리가 경험한 무수한 영적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보고타에서도 악한 마귀는 공격을 쉬지 않고 있었다.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저녁, 라구나(Laguna) 선교사가 몹시 흥분된 표정으로 들어와 보고하기를, 집회 준비를 담당하며 베네스다 교단의 2인자격인 로젬버그(Rosemberg) 목사가 고메스 목사 지시라며 우리의 요구사항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집회 특성상 반드시 단상 앞에 계단이 설치되어야하고 영상스크린이 필요함을 사전에 고지하였다.
귀신들이 드러나 단상으로 끌어올려 축사를 하기 위해서는 원활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넓은 계단이 필수적이다. 또한 어디서나 축사장면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영상스크린도 구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모두 거절하고 나섰으니 라구나로서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로젬버그 목사가 취한 태도가 문제였다. 로젬버그 목사 왈, ‘그동안 여러 강사들이 왔었지만, 그런 거 필요 없었다.’는 것이고,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시니 귀신들이 발작을 해도 문제가 없고, 만약 통제할 수 없다면 그것은 마귀의 역사’라고 했단다. 라구나의 보고를 받은 목사님은 즉시 그를 불러들여 강하게 질책하셨다.
“네가 성령의 역사를 마귀의 역사라 하고 살기를 바라는가! 나와 고메스 목사가 한 약속이 있다. 라구나의 말은 곧 나의 말이다. 당장 고메스 목사를 불러와라. 만일 강사의 말을 듣지 않겠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여기를 떠나겠다.”
지혜가 병기보다 나으니라 그러나 한 죄인이 많은 선을 패궤케 하느니라(전9:18)
목사님의 서슬에 놀란 로젬버그 목사는 즉시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바로 그것은 면피용에 불과한 제스처였다. 우리가 자신이 구상한 페이스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목사님과 고메스 목사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을 뿐 아니라, 집회 자체를 무산시키려 획책한 주범이었다. 악한 마귀가 그를 들어 공격한 것이지만, 목사님은 아주 정공법으로 단번에 퇴치시키신 셈이었다.
이튿날 새벽 4시, 불면의 밤을 기도로 지새우신 목사님은 성령의 감동 따라 고메스 목사 교회를 가보자고 말씀하셨다. 로젬버그, 카를로스(Carlos) 목사를 앞세워 고메스 목사의 백만영혼교회(Iglesia del Millon de Almas)를 찾아갔다. 앞으로 5시간 후면 이곳에서 목회자 세미나가, 저녁에는 집회가 열릴 곳이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부터 철저히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고타 집회의 성패는 바로 첫 전투의 승리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목사님의 이러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은 악한 마귀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목사님은 기도 중에 받은 전도서 9장의 말씀을 읽어주셨다.
“오늘 새벽에 받은 말씀이다. ‘지혜가 무기보다 나으니라 그러나 죄인 한 사람이 많은 선을 패궤케 하느니라’(전9:18).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 법이다. 자칫했으면 집회고 뭐고 다 깨질 판이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한국 교회에도 금요집회에 나온 성도들에게 모두가 합심으로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참으로 오묘막측하신 분이다. 전날 고메스 목사에게 전해줄 선물이 있어, 이튿날 아침 7시경에 숙소에서 만날 것을 미리 약속해놓은 터였다. 만일 그런 약속이 없었다면, 로젬버그 목사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목사님과 고메스 목사와의 접촉을 방해했을 것이다. 그는 계속 연락이 안 된다며 고메스 목사와의 연결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숙소로 찾아온 고메스 목사와 통역관 이 선교사만 대동한 채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고메스 목사는 “나도 그들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 속아줄 뿐이지요.” 하며 양해를 구했다. 역시 문제해결은 오너들끼리 직접 담판 짓는 것이 최고다.
목사님은 간밤의 꿈을 말씀하시며 고메스 목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제안하셨다.
“간밤에 기도하던 중 잠시 잠이 들었는데, 꿈에 고메스 목사가 나에게 자기를 세계 10대 목사 반열에 넣어달라고 요청하더군요. 그리고 한국 체육관에서 집회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럼 내가 묻겠는데, 12월 아프리카(Africa) 가나(Ghana) 집회에 함께 갈 의사가 있습니까?”
고메스 목사는 흔쾌히 가겠다고 약속하였다. 아프리카 뿐 아니라 남미, 소비에트 지역 등 어디든지 가겠다는 것이다. 가만 보니 그는 단지 협력차원이 아니라 목사님을 따라다녀서라도 세계 전도사역에 동참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는 9년 전 좌익게릴라에 납치되었을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도 바울이 다메섹 사건을 가는 곳마다 간증했듯이, 목사님이 가는 곳마다 사지가 마비되었던 사건을 간증하듯이, 그에게 콜롬비아 좌익게릴라에 의한 피랍사건은 그의 간증 18번인 것이다.
“게릴라에 납치되었던 6개월은 나에게는 마치 요나의 물고기 뱃속이었습니다. 그 고난의 과정을 통하여 나는 겸손을 배웠고, 내 인생과 신앙에 일대 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게릴라에 납치되어있던 어느 날, 마귀가 나에게 속삭였습니다. ‘제발 나를 괴롭히지 마라. 그러면 네가 베니힌(Benny Hinn)보다도 더 큰 집회를 하게 해주겠다. 미국, 남미 등 세계 10대 목사들과 같이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 악한 마귀가 나를 바보로 본 것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뒤, 그 세계적인 목사들이 세상과 타협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마귀에게 속고 있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새벽꿈에 고메스 목사가 세계 10대 목사의 반열에 들게 해달라고 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며, 힘을 합쳐 남미 뿐 아니라 세계를 복음화하자고 역설하셨다.
목회자 세미나에는 콜롬비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Venezuela) 등 주변국의 목회자들도 참석하였다.
목사님은 세미나를 통해 거짓을 뽑아낼 것을 강력히 촉구하셨다. 거짓을 말하고 이간질하는 자들은 다 마귀의 자식들이라며 회개를 촉구하자 참석한 많은 목회자들이 큰 은혜를 받는 모습이었지만, 로젬버그 목사 등은 견디지 못하고 세미나장을 떠나버렸다. 승리의 신호탄이었다.
통성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처처에서 귀신이 드러나 요동하자 단으로 끌어올렸는데, 아직 계단을 준비해놓지 않아서 그들도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왜 우리가 계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는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으리라.
저녁집회부터는 매사 순조로웠다. 그들은 대형스크린을 단상 양쪽에 설치해놓았고, 계단도 단상 양쪽에 붙여놓았다. 집회 전에 대형스크린을 통해 목사님의 해외집회 영상이 상영되자 회중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단상에는 콜롬비아와 주변국 여러 교단에서 참석한 목회자들이 자리 잡고 앉아있었는데, 그들의 바로 지근거리에서 성령의 대역사가 폭발하고 말았다.
아비규환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급기야 단상 한편이 움푹 꺼지는 통에 목사님은 그때부터 단상 아래로 내려가 귀신을 쫓기 시작하셨다. 이 선교사는 영안이 열려 천사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집회를 앞두고 며칠 동안 로젬버그 목사 등의 일로 노심초사하셨던 터라, 목사님은 성령의 대역사를 이루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계셨다. 가슴 찡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목사님은 축사를 마치며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찬양하셨다. 고메스 목사도 함께 이 찬양을 부르는데 마치 온몸을 쥐어짜는 듯했다. 단상에 있던 목회자들도 놀라운 성령의 역사 앞에 통회자복하며 울고 있었다. 목사님은 그들을 일일이 안수하셨다. 하나님의 영광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