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푸른 땅, 야할론(Yajalon)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오는데, 가도 가도 도무지 산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로 3시간이 걸려서야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일단 비야에르모사(Villahermosa)에 도착하여 숨을 고른 후, 다음 집회 도시, 카르데나스(Cardenas)로 떠나기로 했다. 이 선교사는 몸도 좋지 않은데다 굴속 같은 야할론의 숙소에서 더위를 먹었는지 헉헉 대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너무 힘들다보니 그랬겠지만, 비야에르모사에서 카르데나스까지 30분이면 다닐 수 있다는 호세(Jose) 목사 말에 숙소를 비야에르모사에 잡아놓고 다녔으면 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큰 도시에 있는 숙소가 여러모로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사님은 이에 단호히 말씀하셨다.
“집회는 우리 편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 예수님이 편하셔야 한다. 무엇보다 숙소는 집회장에서 가까워야 한다. 나는 집회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거리가 가까우면 나는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고 더 기도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전쟁이라는 걸 명심해라. 악한 마귀는 우리를 넘어트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차로 3, 40분 다니다 만일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쩔 것인가? 마귀로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일행 모두가 명심하고 철칙으로 생각해라.”
모두 아얏 소리 못하고 카르데나스로 출발했다. 그런데 웬걸? 30분이면 간다는 곳이 1시간이나 걸렸다. 좌우간 그들의 시간개념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이 2시간 걸린다면 4시간은 잡아야 한다.
카르데나스 집회를 주관한 헤수스 에르난데스(Jesus Hernandez) 목사의 인도로 집회가 열릴 야구장을 찾아 기도하고 숙소에 들어가니 마리아(Maria) 변호사가 찾아왔다. 목사님의 멕시코 시민권 행정처리 문제로 한국에서 해온 서류를 받으러 온 것이다. 그 서류를 받겠다고 담임목사와 함께 차로 12시간을 달려왔다니 그 성의가 놀라웠다.
마리아와 야할론 집회에 대해 담소를 나누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인디언들이 많이 사는 치아파스(Chia-pas) 주는 멕시코에서도 개신교가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란다. 그런데 그 이유가 씁쓸했다. 그 지역은 스페인(Spain) 군대가 점령하지 않았던 곳이라 가톨릭세가 미미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개종하지 않는 인디언들을 학살하며 선전하기는 게릴라들의 소행이라고 했지만, 그 배후에 가톨릭이 사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인디언들이 개신교로 개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튿날 새벽,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 총소리 같은 굉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아침식사 시간에 만난 헤수스 목사는 이 지역이 마약갱단들 때문에 치안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20일 전에 콜롬비아(Colombia)의 고메스(Gomez) 목사가 와서 집회를 했는데, 마약갱단끼리 총격전이 벌어져 12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로인해 집회에 사람들이 오지 않아 어려움을 당했다는 것이다.
TV뉴스에도 멕시코 도처에서 마약갱단의 문제를 다루는 내용이 많았다.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Felipe Calderon) 대통령은 마약갱단을 소탕하기 위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누군가 죽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결연히 나섰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이로 인해 무고한 인명이 많이 살상되니 그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조차 알게 모르게 마피아세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불의에 맞서 결연히 일어선 칼데론 대통령의 멋진 승리를 기대한다고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악은 선을 모른다.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악을 제거할 수 있다. 악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악은 끝내 악일뿐이다. 선은 선을 위해서는 내가 지고 말지만, 악은 그들 간에도 이익이 없으면 서로 죽인다. 칼데론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