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구해야해!’
지면(紙面)을 빌어 얼마 전 제게 일어났던 일을 간증하므로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 드러나기 바랍니다.
지난 5월 26일, 신도림역에서의 일입니다. 저는 고객과의 점심 약속 때문에 양천구청역으로 가려고 늘 그렇듯이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알림판에선 지하철이 전역을 출발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긴 신호음이 울리는 바로 그때였습니다. 무엇인가가 ‘쿵’ 소리를 내며 선로(線路)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만취한 젊은 청년이 발을 헛디뎠는지 선로에 떨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불과 몇 분 후면 그 선로를 따라 지하철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런데 충격 때문인지 그는 의식을 잃고 마냥 쓰러져 있었습니다.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 그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지하철이 곧 도착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감히 위험을 무릅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20여 미터 떨어진 거리를 어떻게 뛰어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비집고 뛰어내렸습니다. 다행히 청년은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 온 힘을 다해 선로에서 그를 끌어내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그를 빨리 구해내야겠다’는 생각밖엔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건장한 체구의 청년을 끌어올리기란 불가능했습니다. 소리를 냅다 질러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마침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공익요원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 청년을 안전지대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고 나자 불과 10여 초 후, 경적 소리와 함께 지하철이 도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 일을 곁에서 지켜보던 시민의 제보로 KBS 9시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취재하러 나온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겁기만 했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지하철 인명구조’, 사실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다른 누군가가 그를 구했을 것입니다.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호칭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저 저는 하나님께 잠깐 동안 쓰임 받았을 뿐입니다.
지금도 그 긴박했던 순간을 돌이켜 봅니다. ‘어떻게 안전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선로에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총회장 목사님의 가르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오로지 영혼구원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며 전국으로, 또 해외로 선교 여행을 떠나시는 모습이 저의 심령에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긴박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반응한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긴박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는 더더욱 아니 될 테고요. 하지만 정작 눈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정말 낭떠러지 앞에서 곡예 하듯 비틀거리는 영혼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이 있음을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이 선로에 떨어져 있기에 위급한 것만이 아닙니다. 무장한 강도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정작 더욱 위급한 것은 저들이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로 언제인지도 모를 심판의 날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그래서 더욱 주위에 관심이 필요한 영혼들을 돌아보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제 막 가정을 꾸려 새로운 인생항해를 떠나는 청·장년부 지체들을 돌아보는 일을 맡은 지 5년 세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청·장년부가 ‘영혼의 못자리’가 되어 그들이 모두 건강한 가정을 세우고, 또 이곳을 통해 믿음의 기초를 튼튼히 하여, 교구와 각 기관에서 귀하게 쓰임 받도록 성장해 나아가기를 간구하며, 이 일을 주님이 주신 사명으로 알고 감사함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를 사용하시는 하나님께, 그리고 저를 믿음의 일꾼으로 세워주신 총회장 목사님과 이시대 목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서울 청·장년부 간사 고승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