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염병을 경계하라!
침몰한지 2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의 함미(艦尾)는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장렬히 산화한 46명의 상흔(傷痕)을 온 몸에 각인한 듯 처연하기만 했다. 유가족들의 텅 빈 동공(瞳孔) 속에 비춰진 서해(西海)는 아무런 말도 없다. 그저 묵묵히 일렁이고 있을 뿐이다.
지난 3월 26일 늦은 저녁, 갑작스런 뉴스 속보에 한반도 전역은 숨을 죽여야만 했다. 초계중이던 772번 천안함(艦)이 원인 모를 이유로 침몰해버린 때문이었다. 순간 국민들은 자연스레 전쟁을 떠올렸다. 아마도 이때만큼이나 우리가 분단된 조국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껴보진 못했으리라.
처음 사태가 벌어진 직후부터 이 자그마한 나라에선 온갖 추측과 설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북한 잠수정에 의한 직접적인 공격이 원인이라 주장했다. 혹자는 숨겨진 암초에 의해 침몰하게 되었다고도 했고, 또 다른 어떤 이는 함정이 노후하여 선체 피로가 쌓인 결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네티즌들은 네티즌대로 걸러지지 않은 여러 억측들을 두서없이 제기했다. 당국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언론 또한 가세했다. 함미, 함수(艦首)가 모두 인양되고 외부 공격에 의한 폭발로 굳혀져가는 마당에도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며 우려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인터넷과 트위터, 통신망의 발달은 우리 삶에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더 이상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내가 찾는 물건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오프라인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 이제 더 이상,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긍정적인 요소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추측이나 루머, 악의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 정보들은 치명적이다 못해 위협적이다. 이것이 걸러지지 않은 채 유포된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정보 전염병(인포데믹스:infodemics)의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
정보는 신속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신선한 정보일수록 더욱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속성과 함께 정보는 정확성을 담보하여야 한다. 그릇된 정보는 쓰레기일 뿐 아니라 재앙과도 같다. 조작된 거짓 정보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이 파괴되기도 한다. 한 사회를 분열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고 한 국가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더 나아가 정보는 공익성을 가져야 더욱 효용성이 있다. 정확한 정보라 하여 함부로 유포시켜도 안 될 일이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라도 모두를 위한 정보가 되어야 한다. 모두를 살리는 유익한 정보여야 한다. 알 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략적인 요소까지 고스란히 공개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태의 조속한 수습을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오히려 각자의 소리를 낮추고 이 사태의 파장을 폭 넓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정보문화의 정착, 바로 우리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