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
“아휴, 아들인가 보네.”
“네, 제 아들이에요. 할머니께 인사드려. 엄마랑 함께 수영하는 분이셔.”
엄마가 아들을 보며 인사를 권하자 아들은 낯선 할머니께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잘 생겼네. 고등학생인가?”
“네, 고2예요.”
“공부는 잘하고?”
“잘 하긴요. 그냥 간신히 중간 따라가는 정도예요.”
엄마는 아들을 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뭐 공부만 잘해야 대순가? 다른 걸 잘하면 되지.”
할머니는 위로 차 말을 건넨다.
“다른 거 잘 하는 게 있어야죠. 걱정이에요. 밥이나 잘 먹지. 하하하….”
엄마가 막 나간다. 아이는 좀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건강하면 됐지. 잘도 생겼고.”
할머니의 위로 멘트가 이어진다. 아이는 더 있기가 무안해서 엄마를 콕 찌른다. 엄마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할머니께 급히 작별인사를 건넨다.
“들어가세요. 가시던 길인데.”
“그래, 잘들 가시게나.”
할머니와 헤어지고 돌아서자 아들이 엄마에게 마구 퍼댄다.
“엄마는 아들 망신시키기로 작정한 거야? 왜 그래? 밥이나 잘 먹지라니. 그냥저냥 넘어갈 말에 왜 그렇게 대답해? 쪽 팔려서 죽는 줄 알았잖아!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던데 엄마는 좋아라 얘기하고.”
그러자 엄마가 말한다.
“농담한 거 가지고, 뭘 그래?”
“농담이라고? 그게 농담이야? 평소에 엄마 마음이잖아.”
“그래 뭐, 전혀 아니라고는 말 안 해. 솔직히 엄마는 네가 좀 공부도 잘해줬으면 좋겠어. 전혀 노력을 안하자나. 노력해도 안 된다면야 엄마가 뭐라고 하겠어. 근데 맨날 게임이나 하고, 뻑하면 학원도 빼먹고.”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그런 말을 왜 다른 사람 앞에서 하냐고? 창피하게.”
“남 앞에서 창피한 거는 아는데, 왜 자신에게는 창피한 줄을 몰라? 네 자신을 돌아보면 창피해야 하는 게 옳은 거 아닌가?”
“정말 오늘 왜 그래, 엄마? 알았어, 공부하면 될 거 아냐.”
“말이 나온 김에 하는 거야. 스스로를 돌아봐. 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말야. 네 스스로에게 물어봐. 엄마 말이 야속하다 생각하지 말고, 좀 노력하는 우리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들은 말이 없다. 깨달은 건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엄마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들 등을 퍽 친다.
“화난 거 아니지? 우리 아들 잘 되라고 그런 거야. 뭐 맛있는 거 사줄까?”
“밥만 많이 먹는다며. 안 먹어.”
아들은 휑하니 앞으로 가버린다.
“성실히 행하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나 사곡히 행하는 자는 곧 넘어지리라”(잠28:18).
사람들은 남에게 부끄럼을 당치 않으려고 노력한다. 행여라도 누가 부끄럼을 주면 모욕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낀다. 그래서 홀로 있을 때보다 사람들 앞에서 더욱 조심하고, 예를 갖춘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삶을 산다면?
사울은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고 다른 사람에 의해 죽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남에게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 칼을 빼어 찔러 자살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정작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았더라면 그의 말로는 그렇게 비참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 흉악한 죄인을 매달아 죽이는 십자가, 죽음조차도 부끄러운 십자가에 달려 그곳도 발가벗기고, 매 맞고 조롱당하며 죽으셨다. 그러나 그 분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받았을지언정 자신에게는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셨다. 그 분은 고난과 모함과 핍박 중에도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완수하셨고, 선을 이루셨고, 사랑을 실천하셨으며, 모든 면에서 남의 지탄을 받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인격 때문에 남의 지탄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의 행동거지 때문에 부끄러움을 당치는 않는가? 혹 인격의 문제로, 행동거지의 문제로 부끄러움을 당하는 것을 핍박 받는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남의 손가락질을 두려워하기 전에 내 스스로를 돌아보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은 곧 양심에 어긋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며, 부지런히 사는 것이고, 선을 행하는 것이며, 치부하지 않고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속을 들여다보라. 내 스스로 평가하여 내 삶은 몇 점인가 돌아보라.
“주의 말씀대로 나를 붙들어 살게 하시고 내 소망이 부끄럽지 말게 하소서”(시119: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