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올 때 믿음을 보겠느냐?
“하나님, 아침에 내려가걸랑 비행기가 뜬다는 말을 듣게 해주세요. 그리하여 김 전도사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표적이 되게 해주세요.”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 민족의 불신앙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한다.
‘아니, 홍해가 갈라지고 불기둥, 구름기둥, 만나, 메추라기 등의 엄청난 기적을 생생하게 보고서도 또다시 하나님을 못 믿고 원망불평하다니!’
그러면서 만일 우리가 그런 기적을 맛본다면 하나님을 철석같이 잘 믿을 것처럼 자부한다. 그러나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자답해보라. 당신에게 무시로 다가오는 위기 앞에 정말 추호의 의심 없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고 있는지 말이다. 하나님의 약속보다도 과학이 말하는 증거에 흔들린 적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님이 함께 하신 경험을 무수히 하고서도 다시 동일한 위기 앞에 흔들린 적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솔직히 필자도 목사님과 동행하며 수많은 이적을 경험해왔다. 특히 야외 집회가 많은 우리는 늘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악한 마귀는 때마다 날씨로 우리를 위협한다. 야외집회를 앞둔 시점에 꼭 하늘을 찌푸려놓고 비를 쏟곤 한다.
그럴 때마다 기도하여 비를 몰아내고 성공적인 집회를 해왔건만, 다시 찌푸린 하늘을 보면 걱정 근심이 몰려오곤 한다. 숨길 수 없는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로 인하여 집회가 무산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마음이 흔들리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믿음 없음을, 약한 믿음을 자책하며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할라파(Xalapa) 집회를 성공리에 마친 우리는 다음날이면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의 비행스케줄을 점검하고 있었다. 우리 남미선교팀의 김성자 전도사는 이튿날 오전 11시 비행기로 떠나야하기에 일찍 숙소를 나서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기제르모(Guillermo) 목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마도 내일 오전 비행기는 뜨기 어려울 겁니다. 지금 밤안개가 짙게 깔려있군요. 내일 아침 베라크루스(Veracruz)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하니 더 일찍 나서야할 겁니다. 이 도시 자체가 지대가 높은데 공항은 그 중에도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있어서 자주 안개가 낍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도시에서 오는 비행기들이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항이 작은 곳이라 비행기가 내려줘야 그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는데 비행기가 오지 않으니 탈 비행기가 없는 거죠. 그래서 주로 버스를 타고 베라크루스 공항까지 가야 다른 비행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로 시에서도 공항 이전을 계획 중이라고 하더군요.”
김성자 전도사는 한 걱정에 싸였다.
“다 같이 가는 길도 아니고 혼자 가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어쩌지?”
목사님은 답답하다는 듯 말씀하셨다.
“걱정 마시오, 할멈. 뜰 거요.”
“그렇게만 된다면 좋지요.”
“아니 뜬다니까 무슨 소리하는 거요?”
“아니, 아멘입니다. 네, 뜹니다. 호호”
그러나 여전히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튿날 아침, 목사님은 다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김성자 전도사를 보내실 요량으로 평소보다 일찍 소집하셨다. 김성자 전도사는 일찍 나서야한다는 말에 신경을 썼던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가방까지 끌고 식당으로 나왔다. 그런데 먼저 기다리고 있던 이현숙 선교사가 기쁜 소식을 전한다.
“전도사님, 비행기가 뜬대요.”
“할렐루야! 정말 잘됐네요. 난 걱정이 돼서 다 준비하고 나왔는데….”
잠시 후 나타나신 목사님은 이 소식을 들으시고 모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어제 밤에 뭐라고 했나요? 뜬다고 했지요? 연로한 김성자 전도사가 그 수고를 다하고 혼자 돌아가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가만있으시겠어요? 난 그 말을 해놓고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 할멈이 얼마나 수고가 많습니까? 혼자 가야하는데 꼭 날씨를 변화시켜주셔서 비행기가 뜨게 해주시고 아침에 내려가걸랑 비행기가 뜬다는 말을 듣게 해주세요.
그리하여 김성자 전도사뿐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에게 표적이 되게 해주세요.’ 요렇게 기도했어요. 기도한 그대로 이루어주셨군요. 할멈은 그렇게 내가 얘기했는데도 다 준비하고 나왔다면서요? 나를 그렇게 따라다니면서도 믿음이 없어요? 오늘 이 사건이 할멈뿐 아니라 여러분 모두에게 표적이 되어야 합니다. 너무들 믿음이 없어요.”
김성자 전도사는 숙연해진 표정이었다.
“네, 목사님. 저의 믿음 없음을 회개했답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올 때 믿는 자를 보겠느냐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정말 크게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우리 모두는 기쁜 마음으로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로비에 나가 떠나는 김성자 전도사를 사랑의 포옹으로 배웅해주었다. 라구나(Laguna)는 함께 공항까지 나가기로 했다. 은혜와 기쁨이 충만한 아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