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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호 목차 › 나눔의 지혜

직무유기

499호 · 2009-09-18

어느 해안선에 등대가 세워져 있었다. 깜깜한 바다에 떠있는 배들에게 있어 그 등대는 생명의 불빛이었다. 깜깜한 밤에 배들은 그 불빛을 따라 방향을 잡고 안전하게 항구로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그 등대의 기름 창고는 항상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정부에서 충분한 기름을 공급하고 늘 불이 밝혀 있는지 점검했다.

어느 날, 자동차가 지나가다가 기름이 떨어져 오도가도 못 하고 있었다. 주유소가 가까운 곳에 없는지라 운전자는 날이 어두워오고 갈 길도 바쁜지라 하는 수 없이 등대지기에게 기름을 좀 달라고 사정했다. 등대지기는 딱한 사정을 듣고는 기름을 조금 주었다.

또 다른 날,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등대지기를 찾아왔다.

“젊은이, 날은 너무 추운데 보일러에 기름이 다 떨어졌지 뭔가. 아들놈이 돈을 보내려면 아직 멀어서…. 미안하지만 기름 좀 줄 수 있겠나? 내가 아들에게 돈이 오면 꼭 갚을게.”

마음이 여린 등대지기는 멀리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또 기름을 주었다.

어느 날은 한 젊은 아가씨가 와서 기름을 달라고 했다. 젊은 등대지기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또 기름을 퍼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배 몇 척이 파손되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왜? 등대지기가 등대 불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조사단이 파견되었다. 왜 등대지기가 등대를 밝히지 않았는가에 대한 조사였다. 조사해보니 등대를 밝힐 기름이 없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조사관은 등대지기를 추궁했다.

“아니, 정부에서는 충분한 기름을 공급해줬는데, 왜 기름이 떨어진 거요?” 그러자 등대지기는 그동안의 일들을 말하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사관은 기가 막혔다.

“당신을 구속하겠소. 직무유기죄요. 정부가 당신에게 기름을 공급한 까닭은 등대의 불을 꺼뜨리지 말라고 준 것이지, 자선을 베풀라고 준 것이 아니요.”

조사관은 등대지기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우리가 먼저, 꼭 해야 할 일은 복음전파다. 하지 않는다면?

“내가 복음을 전할찌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임이로라”(고전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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