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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데 여유부릴 시간이 어디 있나?

472호 · 2009-03-13

“샌드위치나 햄버거가 왜 나왔는가? 바쁜 시간을 쪼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지혜의 산물이다.”

우리는 통상 집회를 앞두고는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다. 언제나 집회를 마친 후에 식사를 한다. 그러다보니 늘 밤늦게 식사를 하게 되긴 하지만, 워낙 오랜 습관으로 굳어져 이제는 몸에 배어버렸다. 설교를 앞두고 식사를 하면 위에 가스가 차고 영감도 떨어진다는 목사님의 습관이 고스란히 우리에게도 전해진 셈이다.

또 사실 생각해보면 일을 마치고 마음 편하게 식사하는 것이 좋기도 하다. 매사 큰일을 앞두고 먹는 음식은 대개 먹는 둥 마는 둥 하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우리의 식습관을 몰라 현지 집회관계자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도 완전히 적응하고 있다.

이번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집회는 뚝슬라(Tuxtla)의 호수에(Josue) 목사가 자기 집회팀을 이끌고 와서 모든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산크리스토발 집회를 마친 날, 그들은 우리 숙소에 있는 식당으로 몰려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는 바로 뚝슬라로 돌아가야 한단다. 호수에 목사는 그동안 집회가 끝나면 돌아갔다가 아침 일찍 세미나 준비를 위해 다시 돌아오곤 했다. 아마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빼고 나면 잠 잘 시간은 별로 없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는 철저했다. 책임감이 투철했고, 집회나 세미나를 준비하는 기술도 완벽했다. 게다가 아주 겸손하고 매사 배우려는 자세가 잘 갖춰져 있었다. 목사님을 늘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목사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곤 했다. 또한 그에겐 ‘아니오’가 없다. 멕시코에서 참 보기 드문 목사다.

그들은 집회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고 오느라 우리가 한창 식사를 하는 중에 도착했는데, 멕시코 식당을 비롯하여 남미의 식당들은 결코 속도에 있어 우리네 식당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아마 보통 한국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다가는 속이 터져버릴 것이다. 심한 경우는 주문한 음식이 1시간 반이 자나서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 식사가 거의 마무리 되어 가는데 그들은 일일이 주문을 하고 있었다. 식사하고 바로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도 그들은 급한 것도 없었고, 기다려주어야 하는 목사님이나 우리 일행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먼저 드시고 가셔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목사님은 집회를 앞두고 기도할 틈을 얻기 위해 먼저 자리를 뜨시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외에는 단 한 번도 일행을 두고 먼저 일어나시는 법이 없다. 모두가 식사를 마친 후에 작별의 인사까지 일일이 다 해주시는 분이다. ‘지도자가 제 식사 끝났다고 휑하니 일어나버리면 누가 따라오겠는가’ 하는 것이 목사님 생각 속에 체질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목사님의 그런 깊은 속을 알리 만무하다. 그들은 음료부터 메인 식사까지 일일이 다 주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빨리 잡아도 그들이 식사를 다 마치려면 2시간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먹고 있는데 멀뚱히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을 수만도 없다.

김성자 전도사가 싸온 김도 줘보고, 우리에게 먼저 나온 ‘께사디야’라는 멕시코 음식도 나눠주었다. 그래도 음식이 나오지 않자 목사님은 역시 김성자 전도사가 싸온 오징어포를 조금씩 찢어서 일일이 나누어주셨다. 그런 와중에 원주민 목사가 우리 일행에게 인디언 전통의상을 선물해주었다. 일일이 입어보고 함께 사진도 찍고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주문한 음식이 나오질 않는다. 결국 목사님께서 호수에 목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여러분들은 이 밤에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면서 이렇게 서로 다른 음식을 시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쁠 때는 간단한 음식을 통일시켜 주문하는 것이 지혜다. 주방에 요리사와 조리 기구는 한정되어 있는데 주문 음식이 서로 다르면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샌드위치나 햄버거 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모두 통일시켜 주문하면 음식도 빨리 나오고 시간도 절약되고 같이 식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샌드위치나 햄버거가 왜 나왔는가? 바쁜 시간을 쪼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지혜의 산물이다.

미국인들이 성공한 것도 바로 햄버거에 콜라로 식사를 간단히 때우며 열심히 일한 결과다. 파티나 만찬에서야 얼마든지 여유를 부리며 시간을 엔조이할 수 있겠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언제 그런 여유를 부리며 성공할 수 있겠는가. 지도자는 그런 판단이 빨라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 신경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는 지혜를 발휘하여 신속히 판단하고 결정하여 끌고 가는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여러분들은 나를 대접하겠다고 왔다. 그런데 주빈(主賓)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다. 내가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어야 할 책무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호수에 목사는 크게 깨닫는 모습이었다. 그는 앞으로는 꼭 그렇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일일이 작별의 키스와 포옹을 나누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참 정감 있는 민족이다.

그런데 끝으로 덧붙이자면, 그날 한사람은 주문한 음식이 결국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뚝슬라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한 번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한국 같으면 난리가 났을 터, 멕시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성공한 사람은 시간을 쪼개서 쓴다지만 요즘은 시간을 갈아서 써야 성공한다고 한다. 시간은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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