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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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호 목차 › 옹달샘

참기름 넣어야지!

469호 · 2009-02-20

“오늘 점심은 비빔밥으로 할까?”

남편의 말에 아내가 반색을 하며 반긴다.

“당신이 하려고요?”

“어. 오늘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진해서 주방장이 될게. 하지만 대단한 건 기대하지 마. 비빔밥 정도면 가능할 거 같아.”

“그럼요, 비빔밥이면 훌륭하죠. 냉장고에 야채도 있고, 계란도 있고, 고기도 좀 있어요. 그럼 나 쉬어도 되는 거죠? 나는 모처럼 얼굴 마사지나 좀 할까?”

아내는 모처럼 남편의 서비스에 기분이 꽤 좋은 모양이다. 남편은 부엌에서 뭔가는 썰고, 볶고 한다.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던 아들 녀석이 나오더니 주방의 아빠를 보고는 수선을 떤다.

“아빠, 뭐하세요?”

“비빔밥.”

“와~ 아빠가 하시는 거예요? 진짜 기대된다.”

“인석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야. 너무 기대하지 마.”

한참을 기다리니 남편이 부른다.

“다들 식탁에 앉아주세요.”

냄새가 그럴 듯하다. 성질 급한 아들이 먼저 그릇을 잡고 비벼댄다.

“고추장에 양념 다 들어갔으니까 그냥 비비기만 하면 돼.”

“보기에는 일단 맛있어 보여요.”

아내가 칭찬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한 마디 한다.

“아빠, 다 좋은데 참기름을 안 넣으신 거 같아요. 퍽퍽하고 맛이 좀….”

“아, 맞다! 뭔가 섭섭하다 했어.”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어요. 냉장고 문에 참기름 있으니 네가 가져와.”

아들 녀석이 가져온 참기름을 넣으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제 냄새부터 제대로네.”

“정말 맛있다. 당신 요리에 재능이 있나 봐요. 아주 맛있어요.”

“그래? 회사 때려치우고 비빔밥 장사할까?”

“아빠, 너무 오버한다.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완전히 참기름 맛이에요. 아까 참기름 안 들어갔을 때는 정말 아니었거든요.”

“허긴 참기름 없으면 비빔밥은 꽝이지. 반은 참기름 맛일 거야. 참기름이 들어가야 밥이 윤기가 흐르고, 고소해지고, 잘 비벼진단 말이야. 인석아, 너도 이 참기름 같은 사람이 돼야해.”

“아이고, 아빠, 그냥 식사하세요. 하필 참기름은. 좀 고상한 거 없어요?”

“엄마도 아빠 말씀에 동감! 우리 아들이 참기름처럼 고소하고, 향내를 풍기고, 네가 들어가면 서로 잘 섞이고 등등,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아! 부모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슴다~. 참기름 집을 내야겠군요. 글면 참기름에 절게 될 테니.”

“짜아~식!”

참기름 같은 인생,

꽤 괜찮은 인생일 거 같다. 참기름이 음식에 들어가면 벌써 냄새가 고소하고, 서로 따로 놀던 밥알이 잘 비벼지고, 윤기가 나고, 맛이 나게 된다. 참기름 같은 자로 인해 향기가 나고, 분열이 사라지고, 빛이 나며, 맛이 난다면 그런 인생으로 살아봄직 하다.

그러나 참기름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참기름은 참깨를 물에 씻어야 하고, 뜨거운 불에서 볶아야 하며, 그것을 다시 압축기에서 짜야 비로소 고소한 참기름이 되는 것이다.

참기름 같은 인생도 거저 되겠는가? 더러움과 소욕을 씻어내고, 고난과 고통을 인내하는 세월을 넘어 거듭나고, 사랑과 열정으로 뜨거워질 때 향기와 맛이 나는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맛을 잃고 있다. 고소한 향기가 없다. 화합이 없다. 빛을 잃었다. 누군가 참기름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짓이겨서 맛을 내줄 사람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은 정말 참기름 같으신 분이었다. 자신을 짓이겨 자신에게서 나온 진한 액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고소한 인생, 맛깔 나는 인생, 하나 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안 계셨다면 분쟁 가운데 있는 우리가 어찌 하나 되었겠으며, 찌든 우리에게서 어찌 향기가 났겠는가? 또 우리에게 무슨 맛이 있었겠는가? 그 분이 고난과 고통을 통과하셨고, 자신을 희생하셔서 우리에게 당신을 주셨기에 우리의 인생이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참기름 같은 인생으로 살아보자. 우리를 통해 세상이, 인류가 맛나고 하나 된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내가 먼저 희생하고, 나를 누르고, 나를 닦으면 나로 인하여 세상이 아름답고, 향기롭고, 하나되지 않을까.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하신 것 같이 너희도 사랑 가운데서 행하라 그는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사 향기로운 제물과 생축으로 하나님께 드리셨느니라”(엡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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