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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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목차 › 옹달샘

맛이 있어야지!

444호 · 2008-08-31

“수박 드세요.”

아내가 수박을 내오며 부른다.

“아주 실하게 생겼네. 들고 오기도 힘들었겠어.”

그런데 아내가 건넨 수박을 한 입 베어 문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한다.

“아니, 맛이 왜 이래. 단 맛이 하나도 없어.”

“어머, 잘 익었다고 해서 산 건데, 이를 어째.”

아내도 한 입 베어 물더니 아니다 싶은가 보다.

“정말 영 아니네요. 속은 빨간데 왜 이렇지? 씨앗을 보니 하얀 게 덜 익은 걸 땄나 봐요.

어쩐지 칼이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 잘 익은 수박은 칼만 대도 쩍하고 나가는데.”

“씨가 까맣게 익어야 하는데, 씨가 아직 덜 여물었군.”

“수박 고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속이 안 보이니 알 수가 있어야지요. 두드려서 소리로 안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상점 주인이 골라주는 걸로 가져오다 보니 이렀네요.”

“그러나저러나 아까워서 먹긴 먹어야겠는데… 이거 냉장고에 넣었다가 나중에 화채나 만들어서 먹읍시다.”

“그래야겠어요. 요즘 수박 값이 장난 아닌데 버릴 수는 없고, 이 큰 것을 어떻게 다 먹죠?”

수박을 들고 나가는 아내 뒤로 남편이 한 마디 던진다.

“자고로 수박이든 사람이든 맛이 들어야 한다니까. 사람도 겉은 멀쩡한데 영 맛이 안 나는 사람이 있거든. 생긴 건 잘 생겼는데 말을 던져보면 덜 익었는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몰라도 재미도 없고, 완숙미도 없는 사람이 있거든. 당신 요새 이런 말 들어왔어? 과거 있는 여자는 용서해도 못 생긴 여자는 용서 못한다는 말? 사실 못 생겼어도 맛이 든 사람이 있잖아. 얘기 해 보면 깊은 맛이 나는 사람 말이야. 근데 요즘 사람들은 겉만 보지.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하고, 겉만 멋지단 말이야. 뭔가 잘못되어 가는 거지.”

“사람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거죠, 뭐.”

“아주 적절한 표현이야.”

“그럼, 여보. 나는 맛이 든 사람이에요? 아니면 날탱이에요?”

“음~ 글쎄. 맛이 넘었어. 하하하.”

“뭐예요? 맛이 넘었다고요? 그럼 곧 버려야겠네.”

“미안. 농담이야. 하하하.”

성장은 세월이 가면 일어난다. 키가 자라고, 2차 성징이 나타나 여자로서의, 남자로서의 모습을 갖춰간다. 그러나 성숙은 그냥 되는 것이,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숙은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메주로 간장을 담그고 얼마 지나면 간장 색이 돈다. 그러나 간장색이 돈다고 맛까지 나지는 않는다.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숙성(熟成), 익히는 것일진대 사람에게 있어 숙성은 곧 성숙(成熟)이리라.

성숙한 사람은 맛이 난다. 맛이 남다르다. 맛이 흘러나온다. 굳이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굳이 뽐내지 않아도 향으로 그 맛을 알 수 있다. 걷는 모습에서, 대화에서, 옷차림에서, 웃음소리에서도 그 향은 베어 나온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맛이 나는 것일까? 아니다. 지식이 성숙을 이루는 필요요소인 것은 확실하지만, 지식이 성숙을 이루는 충분요소는 아니다.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그 맛이 다른 이유는 성숙의 차이다. 성장은 동일하게 이루었지만 성숙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맛이 나는 것이다. 그 향 또한 다를 수밖에.

성숙의 절대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성령에 충만함을 입는 것이다. 성령이 충만하면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가 넘치게 된다. 이것이 곧 신의 성품에 이르는 길이니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이 모든 것들이 더해지면, 이것들이 열매로 맺힌다면 그 맛과 향이 세상을 덮지 않을까?

믿음은 있노라 하는데 행실에 아름다움이 없는 사람이 있다. 믿음은 있노라 하는데 말씨가 곱지 못한 성도가 있다. 성장은 했는데 성숙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믿지 않는 자들이 예수를 믿는 자들을 곱게 보지 않는 것이다. 성경은 믿지 않는 남편이, 믿지 않는 아내가 성숙된 인품을 가진 아내나 남편에 의해 교회를 찾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아내된 자여 네가 남편을 구원할는지 어찌 알 수 있으며 남편된 자여 네가 네 아내를 구원할는지 어찌 알 수 있으리요”(고전7:16).

밥이 끓고 나면 뜸을 들여야 하듯, 사람도 뜸이 들어야 한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은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성숙까지 내포하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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