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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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호 목차 › 옹달샘

내려놓기

442호 · 2008-08-17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요. 잠도 잘 못 자겠고.”

의사는 이것저것을 묻고 나서는 말했다.

“검사를 좀 해보도록 하죠.”

간호사의 지시대로 뇌파 검사도 하고, 뇌혈관 검사 등등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검사 후, 다시 대기실로 나와 앉아 있을 때 간호사가 다시 이름을 부른다.

“들어오세요,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의사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

“어디가 많이 안 좋은가요?”

“아니요, 검사 결과는 아주 좋습니다. 혈관이며, 뇌파 다 정상입니다.”

“그런데 왜 머리가 아픈 걸까요?”

“요즘 직장인들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종의 스트레스로 인한 현대병입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중압감, 과욕들로 인한 증세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사실 약도 없습니다. 스스로 치유해야 할 병이거든요. 운동을 좀 하시고, 그리고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그래야 낫는 병이에요. 일단 진통제를 드릴 테니 너무 아플 때만 드세요. 약을 먹으면 좀 졸릴 거예요. 그럴 땐 좀 자는 것도 좋지요.”

병원을 나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여유 없이 살았구나. 가슴에 파란 하늘을 담을 만한 공간마저 없었던 거야. 마음의 공간이 없으니 여기 저기 부딪쳐 소리가 난 거지.’

거리의 사람들, 뜨거운 태양까지 오늘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마음의 공간을 두려는 생각에서인가!

성경 마태복음 5장의 산상수훈 말씀 중 첫 구절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고 적혀 있다. ‘심령이 가난한 자’를 우리는 마음이 겸손한 자, 심령이 갈급한 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 성경에는 이를 ‘허심’(虛心)으로 기록하고 있다. ‘마음을 비운 자’라는 뜻이다. 그런 자가 복을 받고, 천국은 그런 자의 것이라는 말이다. 옳은 말이다. 세상의 것들로 가득한 자에게 하나님은 거할 곳이 없고, 천국이 임할 공간이 없다. 이제 우리는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가난한 심령의 소유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과다한 세상에의 집착, 과하다 싶은 욕심, 길들여진 관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내려놓기.

내려놓지 않으면 무게에 눌리고 만다. 삶이 힘들고 무거운 것은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힘에 겨우면서도 욕망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 더 가지고픈 욕망, 더 출세하려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끌려가기 때문에 삶이 고된 것이다.

이제 내려놓는 연습을 하자. 과욕을 버리자. 사울이 망한 이유가 내려놓지 못하고 움켜쥐었기 때문 아닐까. 그 무게에 눌려 죽고 만 것이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눅9:23). 이는 세상의 욕심과 욕망을 접고 오직 그리스도께 굴복하라는 것이다. 세상 것을 내려놓지 않고는 주님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님을 따르는 길이 좁은 길일진대 세상 온갖 것을 짊어지고서야 거치적거려서 어떻게 따르겠는가.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다. 세상의 염려와 근심, 세상의 자랑이 가득 자리하고 있으면 주님이 들어가실 곳이 없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에게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라고 하신 것이다. 모세를 사용하실 때 주님이 제일 먼저 하신 것은 내려놓는 일이었다. 바로 공주의 아들로서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도록 하셨다. 모세가 가진 ‘something(특별한 것)’을 내려놓아 ‘nothing(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게 하셨다. 그래서 마음의 빈 공간을 만드신 후 주님이 당신의 것으로 다시 채우셨다. 그것은 ‘everything(모든 것)’ 이었다.

이제 좀 내려놓자. 마음의 군살을 제거하자. 그 곳에 세상의 것이 아닌 신령한 것으로 채우자. 그러면 만족함이 없던 삶이, 늘 갈급하던 삶이, 늘 우울하던 삶이 확 달라질 것이다. 세상의 것은 가져도 만족함이 없고, 세상의 것은 먹어도 쉽게 배가 꺼지고 만다. 만석꾼 집에 걱정이 만석이듯, 세상의 것들은 가진 만큼, 먹은 만큼 걱정만 더할 뿐이다.

이제 내려놓자. 내려놓으면 번뇌가 사라질 것이다. 내려놓으면 마음의 평화가 올 것이고, 내려놓으면 인생에 기쁨이 찾아올 것이며, 내려놓으면 훨훨 날 만큼 삶이 가벼울 것이다. 우리 삶이 힘든 것은 어쩌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자. 허심(虛心)의 상태가 되자. 그러기 위해서 이제 세상의 것들을 내려놓자. 아니 십자가에 그것들을 못 박아 버리자.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5:24). 그러면 천국이 우리 안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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